미국 주식시장 ‘버블’ 논란이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 대가들의 설전으로 옮겨붙고 있다. 재닛 옐런 Fed(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현재 미국 증시는 과열이 아니다”고 지적한데 이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시장이 합리적인 영역에 있다”며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반면 ‘기업 사냥꾼’이란 별명으로 미국월가를 수십년째 주름잡고 있는 칼 아이칸은 ‘빅 드롭(big drop;대폭락)’을 경고하는 등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적완화 지속’ 방침을 시장에 확인시킨 ‘옐런효과’로 올해 다우지수는 22%,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26% 급등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과열 경고가 제기되면서 버블 논란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버핏은 19일(현지시간) ‘CBS오늘아침’ 방송에 출연해 “시장은 합리적 영역에 있다”며 “현재 주식시장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거품론을 반박했다.
그는 특히 장기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단기적 관점에서 증시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던 아이칸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버핏은 “우리는 농장이나 아파트를 소유하듯이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며 “만약 농장이나 아파트를 샀다면 바로 다음주나 다음달에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를 생각하지 않고 5년이나 10~20년씩 보유할 것이며 주식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 역시 주식시장이 다음주에, 또는 다음달에, 내년에 어떻게 될지에 대 해서는 잘모른다”면서도 “다만 5년이나 10년 후라면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에 앞서 아이칸은 지난 18일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글로벌 투자 전망회’에 참석해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실질적인 경영성과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Fed의 양적완화 유지에 따른 저금리 기조 지속이 증시 유동성과 거품을 불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투자자산에 심히 우려스럽다. 시장은 쉽게 폭락(big drop)할 수 있다”고 경고, 미국과 유럽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편 옐런 Fed 의장 지명자는 경기회복을 위해 현행 저금리 기조와 제3차 양적완화(QE3)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옐런 지명자는 19일 상원 은행ㆍ주거ㆍ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Fed 이사들의 대다수(strong majority)가 저금리 정책이 경기회복을 지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이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연준이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경제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모기지채)를 매달 850억달러 어치 사들이는 현행 양적완화 조치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상원 은행위는 지난 14일 옐런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1일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