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정부 예산안과 민생·경제 살리기 입법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네 번째다. 지난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했다. 나머지 해에는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후 벌써 세번째 국회를 방문했다.
시정연설은 기본적으로 새해 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국회 심의에 앞서 정부의 기본방침과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지만, 국정전반에 대한 방향을 밝히거나 파격 제안을 하는 자리로도 활용됐다. 그래서 시정연설을 계기로 꼬인 정국이 풀리기도, 또는 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88년 10월4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 국회 시정연설을 한 시정연설을 한 노 전 대통령은 제5공화국 비리 청산과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응할 경우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하지 않아 ‘대통령이 국회를 하대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2002년 7월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청와대 만찬 김 전 대통령에게 국회에 출석해 시정연설을 할 것을 요청했으나 김 전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관례를 들어 박 의장의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한편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통령 직을 내놓을 각오가 돼 있다”며 2003년 10월 대선 자금 의혹과 관련한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해 강한 후폭풍을 불러왔다. 자신의 최측근인 최도술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 비리사건과 관련해서였다. 38분에 걸친 노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는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발하며 정국이 혼란 상태에 빠졌고, 결국 재신임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이 정부의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국회 개원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국회가 개원한 후인 7월에야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과거 남북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등에 대한 이행을 언급하며 대북대화 재개를 제안했으나 시정연설이 이뤄지던 날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남북 경색은 오히려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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