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D램 최고의 한해’ 기대되는 이유 3가지
호황을 맞고 있는 D램 산업이 내년에 ‘절정’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기기의 확대와 공급자 위주로의 시장재편, 설비확대의 어려움 등이 어우러지면서 역사상 최고의 한해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D램시장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36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내년에는 4.6%정도 성장한 384억 달러에서 많게는 17% 정도 늘어난 430억달러 내외까지도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몇 해 전만해도 “PC시장의 고사와 함께 움츠려들 것”이라던 D램 시장의 형편이 한 두해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박영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산업 역사상 30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한 다음해에 연달아 성장한 사례가 없었는데, 내년 예상대로 성장이 이뤄질경우 사상 초유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보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신규라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요즘과 같이 D램의 가격 강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면 과거에는 칩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신규라인을 증설했지만, 내년엔 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D램의 고도집적화속에 ‘회로 선폭 축소’ 요구가 높아진 반면, 반도체 생산장비의 성능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칩제조사들이 현금을 쥐고도 설비증설을 머뭇거리고 있다.
D램시장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간 것도 포인트다. PC시절에는 CPU와 OS를 장악한 인텔과 MS의 입김이 컸다. 각 시장의 80% 내외를 장악한 인텔과 MS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황에도 고가정책을 유지하다보니 PC제조사들이 제품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D램업체들에게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D램업체들도 주요공급처인 PC제조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선 상황이 바뀌었다. 모바일기기 제조사가 많이 늘어났고, 대표적인 OS인 안드로이드나 IOS등이 사실상 무료라 D램업체가 가격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어졌다. 오히려 D램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칩 제조사의 숫자가 4개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모바일기기 제조사들이 D램 업체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D램이 제값을 받을 여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모바일기기 시장이 여전히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내년 D램시장의 호황을 예상케 한다. 전문기관들은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에 비해 16~20%정도 늘것으로 본다. 과거와 같이 40~50% 성장에는 못미치지만 여전히 고성장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고성능화와 함께 평균 D램 탑재 용량이 766MB에서 1.1GB수준으로 40% 정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장의 관측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D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매출액 34억4800만달러로 D램 시장의 37.1%를 점유했다. SK하이닉스는 26억5300만달러로 28.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양사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67.7%에 이른다.
홍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