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IGS’에서 ‘PIG’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국인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스페인과 아일랜드가 구제금융 조기 졸업을 선언하면서 ‘문제적’ 재정위기국은 PIG로 좁혀졌다.
‘돼지(pig)’를 연상시키는 이 용어는 해당 국가에 모멸감을 불러일으키며 반발을 샀지만, 탐욕스럽고 방만한 경제운용으로 재정파탄과 부도위기를 초래한 유로존의 완전한 위기극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촌철살인’격 비유로 여겨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유로존이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ㆍ아일랜드 ‘자력경제’ 축포=스페인과 아일랜드는 14일 이구동성으로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했다. 양국 모두 구제금융 충격에 대비한 어떠한 예방적 보호장치도 요청하지 않아 의미가 컸다.
유로존 경제 4위국인 스페인은 내년 1월 은행 구제금융 졸업을 공식화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고 은행권의 유동성도 늘고 예금도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7월 400억 유로 규모의 은행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였다.
앞서 아일랜드는 유로존 위기국 중 구제금융을 받은 4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다음달 15일 구제금융을 졸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일랜드가 2010년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은행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8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지 3년 만이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아일랜드 정부가 그동안 200억 유로 이상의 외화를 비축해 구제금융 졸업 후 국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는 1990년대 경제 번영의 상징인 ‘켈틱 호랑이’ 신화를 부활시키겠다는 포부다. 아일랜드는 내년 증세와 지출 감축을 통해 25억 유로를 절감해 경제성장률 4.5%를 달성할 계획이다.
▶유로존, 샴페인 터뜨리기 이르다=하지만 유로존 재정 위기국들의 잇단 구제금융 졸업이 유로존의 회생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1%로 주저앉은데다 역내 경제를 견인했던 독일의 성장이 둔화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스페인도 구제금융 졸업으로 간신히 자력경제에 진입했을 뿐 경제 부흥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긴축 장기화에 따른 복지지원 확충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취약한 경제시스템 부작용으로 외환 보유액이 바닥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네덜란드 ABN은행 닉 커니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선제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며 “2015년 말까지 조달 금리를 동결시키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