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적자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원화가치 절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리나라 등 경상수지 흑자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도 빨간 등이 켜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9월 미국의 한국 상품 수입은 50억8300만달러, 한국으로의 수출은 30억1300만달러로 총 무역적자 규모는 20억7000만달러(약 2조2097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 16억7700만달러보다도 23.4%나 급등한 것으로, 그 결과 올 들어 9월까지 대한 적자 규모는 169억5700만달러(약 18조1016억원)로 늘어났다.
품목별로는 전자ㆍ우주ㆍ정보통신(IT)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상대로 6억3200만달러, 자동차 및 부품 부문에서 13억7200만달러의 적자를 각각 냈다.
전반적 무역적자도 덩달아 크게 증가했다.
9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418억달러(약 44조6215억원)로 전달(387억달러)보다 8%나 불어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최대 규모이자 시장 전망(390억달러)를 대폭 웃도는 결과다.
이처럼 무역적자가 갈수록 확대됨에 따라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내는 국가들에 대한 견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한 적자 규모가 미국의 교역대상국(EUㆍOPEC 제외한 단일국가) 중에서도 중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7번째로 많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한국에 대한 환율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미국 정부가 출구전략에 따른 달러 강세에 대비해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한 환율조정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어, 미국발(發) 환율전쟁에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보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원화가 저평가됐다며 한국 정부의 환율 정책을 보다 면밀히 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원화가 경제 펀더멘털보다 2∼8% 저평가됐다고 전제하면서 한국 정부가 무역 흑자 폭을 늘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환보유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3260만달러에 이른다며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 상황에만 이뤄져야 하며 개입 이후에는 그 내용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