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5·24 대북 제재 사실상 우회적 해제가스관 연결사업은 경제성 검토후 재논의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3일 정상회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한ㆍ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5ㆍ24 조치 이후 전면 금지됐던 대북투자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과,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위해 부분적인 남ㆍ북ㆍ러 3각 경협사업이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향후 3년간 10억달러 규모로 조성될 ‘유라시아 개발펀드’와 나진-하산 철도연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지분 참여 및 3조원 규모의 수출입은행 지급보증 약속이다. 나진-하산 철도연결 프로젝트의 지분 참여는 러시아 쪽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으로 추진되지만, 사실상 북한 나진항 개발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대북투자와 연계된다. 일각에서 5ㆍ24 조치 해제 신호탄이지 않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 7일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서 ‘여건 조성 시 남북간 경제협력 재개 및 대북투자 허용 검토’를 명시했다. 남북관계가 진전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5ㆍ24 조치가 해제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다만 “한ㆍ러 경협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이를 5ㆍ24 조치의 전면해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가 전제돼야 5ㆍ24 조치 해제도 가능하다는 정부의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선 MB정부 당시부터 러시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불만족스런 감정을 표현하곤 했던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방한을 계기로 당근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연결사업과 관련, 경제성 등을 검토한 뒤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잠정 협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 주요 의제 중 경제 관련 의제 대부분이 남ㆍ북ㆍ러 3각 경협과 시베리아 등 극동지역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선 러시아 극동 항구인 나홋카항이나 보스토치니항의 개발은 물론,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야말 프로젝트’(LNG 개발ㆍ생산 사업)와 관련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되며, 양국이 공동으로 5조원 규모의 이르쿠츠크주 복합산업단지(바이칼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방안도 협의된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여건상 남ㆍ북ㆍ러 간 전면적인 3각 협력을 당장 하긴 어렵고 부분적인 3각 협력사업 측면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이는 박 대통령이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상당히 구체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