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테이퍼링 불안감 증폭
다우 153P 등 뉴욕증시 급락
ECB 예상밖 0.25%P 금리인하
유로 강세 · 디스인플레 공포 확산
내년 본격 회복 전망서 후퇴
세계 경제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3분기 깜짝 성장으로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우려가 고조되는 반면, 유럽은 예상 밖 금리인하로 오히려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세계 1, 2위 경제권역의 엇갈린 통화 행보에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불확실성에 휩쓸리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힘받는 출구전략=미국은 7일(현지시간)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연율 2.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2.0%를 큰 폭으로 웃돈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깜짝 성장을 반기지 않은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고조되는 까닭이다. 이른바 ‘테이퍼링의 역설’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Fed가 살포한 달러를 조기에 거둬들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실제로 이날 미국 증시는 개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성장률 발표로 하락세로 마감했다. 여기에 유럽 금리인하 단행이 유로존 경기 둔화로 받아들여지면서 하락폭을 더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2.90포인트(0.97%) 내린 1만5593.98에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최근 10주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경제성장률이 10월 3주간 있었던 미국의 셧다운(연방정부 부분업무 중지) 이전 수치인 만큼, 이번 지표가 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킬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유럽, 성장부진 해법 올인=유럽은 미국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독일의 견제를 따돌리고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0.25%로 전격 인하했다. ECB의 발빠른 행보는 ‘유로화 강세’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로화 강세는 수출 증가로 호조되고 있는 유럽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7월 초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1.27달러 수준이었으나, 11월 초에는 1.35달러까지 급등했다. 자칫 잘못하면 지난 2분기 7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유럽의 경기 반등세를 다시 약화시킬 수 있는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유로화는 ECB 결정에 약세로 돌아섰다.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은 1.33달러 전후로 하락했다. HSBC의 다라 메이하 외환 전략가는 “이것이 바로 ECB가 원한 것”이라며 “유럽은 순수출이 증가했지만 유로화 강세로 성장에 위협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유로화 약세를 향한 첫 단추”라면서 “ECB의 금융완화가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가 저물가 상황의 장기화에 대해서 우려를 피력한 만큼, 향후 ECB의 추가 금리인하와 정책효과 강화를 위한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FT는 드라기가 15개월 만에 두 번째 용단으로 금리를 끌어내렸지만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