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예상 밖의 깜짝 성장을 달성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2.8% 증가해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앞서 2.0%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중론을 이뤘던 월가에서는 이같은 상승 흐름이 일시적일 뿐, 연말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상밖 성장 원인?=미국 경제의 3분기 호성적은 기업들의 재고 급증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GDP 산정 시 핵심요소인 기업재고는 3분기에 860억달러나 증가해, 경제 성장률을 0.8%포인트나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연말 쇼핑시즌 수요 확대에 대비해 창고 비축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재고는 1분기 422억달러, 2분기 566억달러로 증가세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무역적자 폭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적자 규모는 1분기 1049억달러에서 2분기 989억달러로 5.72%나 감소했다.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부동산 시장도 상승요인이었다. 주거용 건설이 14.6%나 뛰어오른 가운데, 지방정부의 인프라 지출도 0.8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가 실제 경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잠언을 인용해 “표면적으론 경제가 좋아 보이나 깊게 들여다보면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팔리지 못해 재고로 남은 상품들도 경제 성장요인으로 집계된다”고 비판했다. 미즈호 증권의 스티븐 리치우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기업재고를 제외하면 지난 5분기 평균 GDP 성장률(1.54%)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4분기 비관론 확산=4분기에는 경제 성장 속도가 다시 둔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4분기 들어서자마자 정부 셧다운(업무 일시정지)이 터진 데 이어, 12월엔 예산안 협상시한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불확실성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셧다운 여파로 발생할 비용이 20억달러에 달하고, 4분기 GDP가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여기에 포괄적인 예산안 도출을 두고 여야 정치권의 진통이 반복되거나 12월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3분기 지표를 통해 안정적 성장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할 경우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콧 호이트 애널리스트는 “예산안과 부채한도와 관련한 정쟁이 길어질수록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FAO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3분기에 소비지출이 1.5%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경제 활력이 아직 살아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골드만삭스는 4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1.5%로 하향조정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