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자금, 신흥국 투자급증
中 바이두 PER는 32배나 껑충
세제감면 등 정부정책엔 불신
공기업은 외면…저평가 심화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근 ‘반(反) 공기업’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신흥국 정부의 ‘오락가락’ 경제 개혁정책에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기업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들어 신흥국 공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는 반면 민간기업에 대한 투자는 급증해 신흥국 내에서도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외국인 투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흥국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투자 격차는 주식시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공기업의 주식은 저평가된 반면, 민간기업의 주가는 날개 돋친 듯 오르고 있다. 올 들어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국영기업 가즈프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2배, 중국 2위 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의 PER는 5.6배에 그친 반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PER는 32배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신흥국 8개국에서 올해 공기업의 평균 PER는 10배 안팎을 맴돌고 있다. 민간기업의 PER가 평균 17배에 달하는 것에 비해 매우 저조한 결과다.
아울러 FT는 신흥국 주요 100대 기업 중 주가가 제일 낮은 20개 기업에 공기업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음을 상기시켰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역대 최저점을 기록했던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위기 직후인 2002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흥국 정부의 경제 정책 신뢰성이 극히 낮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 자유와 투명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신흥국 정부가 경제 개혁안을 내놓더라도 시행 과정에서 갑자기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섣불리 발을 들여놓았다 괜히 손해만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선 불안정한 개혁을 이유로 지난달에만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 두 곳이 사업을 접고 투자를 철수했다. 인도 정부가 규제 완화를 약속해 투자를 결정했지만, 세부 규제안들이 잔존해있어 수익 실현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아자이 카푸르 주식 전략가는 “시장이 신흥국 정부가 옳은 선택을 하는지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의 입김에 따라 공기업의 경영 노선이 급변할 수 있으며, 정부로부터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받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수익 보전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점도 공기업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공기업들이 우수한 경영실적을 기록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쉽사리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한편 신흥국 전반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신흥국 공기업과는 대조를 이뤘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FDI의 60% 이상이 신흥국으로 몰렸다.
특히 전 세계 FDI의 25%를 차지한 아시아 지역이 두드러졌다. 영국(749억달러)에 이어 중국이 670억달러를 유치해 2위를 차지했다. 홍콩(315억달러)과 싱가포르(259억달러)는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560억달러를 모아 5위였다. 한국은 올 상반기 FDI 유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 46억달러보다 63.4%가 증가한 76억달러로 집계됐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