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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만취운전자 쫓다…방화범 잡으려다…목숨 내놓고 달리는 그들
헌신적 사명감에…열악한 근무환경에…쓰러지는 경찰들
최근 5년간 순직한 경찰관 56명 중
스트레스성 과로사가 57%로 최다

늦게나마 사망보상금 체계 개선
“시민 애정어린 관심 · 격려가 더 큰힘”


# 지난 3월 1일 밤 11시께 강화군 외포리선착장에서 자살기도자를 구출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고 정옥성 경감. 150m가량 걷다가 헤엄치기를 반복하던 중에 거센 물살에 휩쓸리며 실종되는 모습이 순찰차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정 경감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된 이 영상을 접한 시민들은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했다.

# 2005년 3월 15일 새벽 울산 남구 신정동 시외버스정류장 부근 도로상에서 고 김태우 경장은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만취한 운전자가 창문을 올리고 도주하는 바람에 김 경장은 600여m를 끌려가다 순직했다. 2001년 순경으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김 경장은 지구대에서 경찰서 교통지도계로 옮겨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변을 당했다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경찰은 어린 시절 항상 늠름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들의 땀과 눈물이 함께한다. 이들이 처한 근무환경은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담보로 내놓아야 할 정도로 열악하고 위험천만하다.

▶ ‘투캅스’ 시절은 옛말=강남 유흥업소와의 유착, 건설현장 식당 비리 등 일부 경찰관의 비위 사실은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법의 집행자인 현직 경찰관이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내부적으로 자정노력과 자체 감사 활동을 벌이며 비위 근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내부비리수사대를 발족하고, 올해부터는 ‘부패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장급인 총경 이상 고위직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6월부터 실시하는 한편, 부패 관련 징계를 강화하는 등 청렴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금품수수 등 주요 비위가 크게 감소한 것이 두드러진다. 최근 5년간 금품수수로 인한 징계 현황을 보면, 2009년 178건, 2010년 94건, 2011년 100건, 2012년 70건, 2013년 9월 말 현재 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건에 비하면 11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비위 우려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업소유착 등 잔존 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숨을 던지는 희생정신=최근 범죄 수법이 잔인해지고 치밀해지면서 경찰관의 근무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스트레스성 과로사로 순직 경찰관이 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순직한 경찰관은 56명으로, 2009년 10명, 2010년 11명, 2011년 13명, 2012년 15명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올해도 9월 현재 7명이다.

순직자의 경우 과로사가 32명으로 전체 순직사유 중 57%를 차지했다. 한 해 평균 약 7명의 경찰관이 과로로 인해 순직한 셈이다. 뒤이어 교통사고 사망이 17명(30.4%), 안전사고 사망 4명, 범인으로부터의 피격에 의한 사망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3월 구미에서 한 경찰관은 퇴근 후 휴식을 취하던 중 의식이 흐려져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뇌출혈로 사망했다. 지난 6월 청주에서도 지구대에서 야간 상황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폭력사건을 조사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하는 등 경찰관의 과로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근무 중에 순직한 경찰관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대구에서 순찰 중 가스폭발로 순직한 고 남호선 경감과 고 전현호 경위, 방화범을 검거하다 칼에 찔려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추적하다가 순직한 고 김상래 경사 등 일일이 꼽을 수 없는 경찰관들이 시민을 위해 일하다가 숭고하게 희생했다.

경찰관들의 근무환경은 목숨까지 담보로 내놓아야 할 정도로 열악하고 위험천만하다. 최근 범죄 수법이 잔인해지고 치밀해지면서 경찰관의 근무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스트레스성 과로사로 순직 경찰관이 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헤럴드경제DB]

▶늦게나마 보상 체계 강화=2004년 8월 범인 검거에 나선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계 심재호 경사와 이재현 순경이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명의 경찰관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으나 범인 이학영의 검거소식과 함께 국민들 뇌리에서 잊혀 갔다.

당시 고 심재호 경위에게 지급된 보상금과 위로금은 1억1000만원, 고 이재현 경장에게는 4600만원이 지급됐다. 심 경위에게는 아내와 4살배기 아들, 1살 된 딸이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전국의 경찰관들이 7억2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각각 3억6000만원씩을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경찰 사망 보상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고, 2006년 3월 ‘위험직무관련 순직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순직 경찰관의 경우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일 경우 월 보수금액의 65%를 유족연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20년 이하의 경우에는 월 보수금액의 55%를 유족연금으로 지급한다. 여기에 각종 위로금과 맞춤형복지보험(1억~3억원), 경찰공제회 2000만원 등을 합치면 최대 5억여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앞서 두 고인의 유족들이 받았던 보상금에 비하면 어느 정도 현실화된 셈이다.

“금전적인 보상 체계가 강화됐다고 하더라도 목숨은 돌이킬 수 없다.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근무할 수 있고 순직자들의 명예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격려만한 것이 없다”는 서울 지역의 한 일선 경찰관의 말은 지금껏 경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떠했는지 돌이켜보게 한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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