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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美 디폴트 일시적 모면했지만…미국리스크는 아직도 ‘진행형’
달러화 신뢰도는 떨어지고
월가선 단기국채 50% 축소

시리아 등 중동 패권도 흔들
외교무대 ‘늙은 호랑이’ 전락

아시아 힘의 균형 유지 전략
日 군사족쇄 풀어 되레 역풍도




지구촌이 ‘미국 리스크’로 요동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세 차례 양적완화(QE)를 통해 3조달러 넘게 살포한 돈을 거둬들인다며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가더니, 하반기에는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 목전까지 치달으며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미국 정치권발 재정위기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온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의 위상도 치명타를 입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벼랑 끝 대결’로 치닫는 정치권의 협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위신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발(發) 리스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직전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는 재정위기 시한폭탄을 내년 1, 2월로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미국발 재정위기 후폭풍이 연말이나 내년 초 예정된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는 또 한 번의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된다.

▶달러ㆍ국채ㆍ신용등급 휘청=흔들리는 미국의 위상은 경제 패권 변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있다.

월가 은행들은 지난 2주 새 미국 단기 국채 보유 규모를 최대 50% 줄였다.

자연히 미국의 채무 이행도를 평가하는 국가 신용등급도 위협을 받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15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뒀다면서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제 무역과 금융 결제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달러화의 힘도 예전만 못하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중지)과 디폴트 우려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중국의 위안화의 몸값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는 반사이익을 봤다.

▶외교무대, 미국 독트린 옛말=모든 위기의 발단은 미국의 재정적자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가난해진 미국은 외교 무대에서도 ‘늙은 호랑이’가 돼가고 있다. 국방예산 삭감은 외교력은 물론 정보력까지 타격을 입혔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살상과 관련한 초기 정보를 입수하고도 제때 대응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랍의 봄’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동과 이란의 핵 문제에서도 예전처럼 ‘절대강자’로서의 입김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념보다 현실’이라는 외교 정책 기조 아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을 천명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미국이 없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회의는 중국의 무대가 됐고 셧다운의 승자는 중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에 역풍을 맞았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동북아 지역 방위비 분담을 위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미국의 판단이 동북아 지역에서 또 다른 중요한 안보 파트너인 한국의 경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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