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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올해의 선수’ 사냥 박인비의 최종병기
“다른 타이틀은 다 해봤잖아요. 오로지 ‘올해의 선수상’ 하나만 바라보고 왔는데, 고지가 바로 저기 보이는데, 여기서 놓치면 너무 아깝지 않냐고 하네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박인비(25·KB금융)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연습 그린에서 퍼트 훈련에 한창인 딸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김 씨는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편하게 치라고 하지만 인비는 그렇지 않은가봐요. 아무래도 쫓기는 입장이니까 생각이 많아진 것같아요”라고 안타까워 했다.

올 상반기는 그야말로 ‘박인비 천하’였다.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3연승을 포함해 6승을 휩쓸며 전세계 골프계를 들썩이게 했던 그다. 한국 선수들이 한 번도 이루지 못한 타이틀, 개인적으로도 유일한 꿈이자 목표인 ‘올해의 선수상’(Player of the Year)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하지만 사상 첫 그랜드슬램의 부담 속에 8월 브리티시오픈(공동 42위)에서 상승세가 꺾였다. US오픈 우승 후 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단 한 차례. 그 사이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세계랭킹, 올해의 선수 포인트, 상금랭킹 등에서 2위에 등극, 박인비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박인비가 겨냥하고 있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선 77점의 격차가 있지만 남은 대회 성적에 따라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올해의 선수’는 각 대회 우승자에게 30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페테르센이 최근 6개 대회서 2승을 몰아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박인비는 18일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되는 LPGA 하나외환챔피언십을 포함해 4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고 페테르센은 남은 5개 대회에 모두 나설 계획이다. 우승 향방에 따라 ‘올해의 선수상’ 주인공도 요동친다. 


박인비가 본격적으로 ‘올해의 선수상’ 굳히기에 돌입하면서 마지막 병기를 바꿨다. 3년동안 사용하면서 LPGA 투어 8승을 안겨준 퍼터를 과감히 교체한 것. 지금까지 캘러웨이 오딧세이 화이트아이스 세이버투스 말렛 퍼터를 쓰면서 ‘퍼트 여제’로 자리를 굳혔던 박인비는 이번 대회부터 오디세이 버사 넘버7을 쓸 예정이다. 지난 모델에서 양쪽의 뿔을 떼어내면 모양은 비슷하다. 브리티시오픈 때 헤드 앞쪽이 망가져 수리하고 썼는데 그때부터 퍼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US오픈 당시 평균퍼트수 28.52개로 1위였던 박인비는 현재 8위(29.1개)까지 처졌다. 박인비는 “새 퍼터를 쓰면서 스트로크 문제점이 있는지 찾아 보겠다”고 했다.


또 하나의 무기는 ‘멘탈’이다. ‘조용한 암살자’ ‘평온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강인한 멘탈을 보유했던 박인비는 하반기 성적이 다소 흔들리면서 멘탈코치인 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와 더 자주 상담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의 스트레스가 더 큰 법이다. 조수경 박사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선수가 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조언의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매 라운드가 끝나고 저녁에 통화하면서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위해 해야할 일들을 점검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박인비는 늘 한결같다”는 말로 믿음을 보였다. 선수생활 내내 그려왔던 ‘올해의 선수상‘을 눈 앞에 둔 박인비. 마지막 몇 발자국을 성공적으로 내딛고 오랜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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