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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키코, 불공정한 상품 아니다”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수출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초래한 환헤지 파생상품 ‘키코(KIKO)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26일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키코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지적보다 상품 구조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 in-Knock out)’의 약자로, 계약 당시 정한 범위 내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기업이 일정 정도 환차익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는 무한대의 손해를 떠안는 환테크 파생금융 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 중소기업들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900원대에서 1400원대로 치솟자 막대한 손실을 입어 줄도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키코 계약 자체의 부적합 여부 ▷은행의 기망이나 기업의 착오로 계약 취소 가능 여부 ▷은행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원칙 위반 여부 등이다.

재판부는 우선 키코 계약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은행 측 주장대로 키코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한 상품으로 보고, 계약 체결은 기업의 경영 판단의 결과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키코가 가입자(기업)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상품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 있으면 기업이 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행사하게 보장받는 상품으로, 당시 환율 추이를 반영하면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여건도 고려됐다. 가입 당시 불공정하지 않았는데 주변 환경이 바뀌어 불균형이 생겼다고 해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은행들이 키코 계약금 대비 0.3~0.8%를 받는 수수료 외에 큰 수익이 없었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는 펀드 판매 수수료율(0.8~1.9%)보다도 적다. 그동안 기업 측은 은행이 키코를 팔아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이 키코 소송에 대한 첫 확정 판결인 만큼 현재 법원에 계류된 1심 167건, 2심 68건, 3심 41건 등 총 267건의 키코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키코 피해는 2010년 6월말 기준 피해기업은 738개사, 손실액은 3조224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키코와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이 아예 단종됐다. 키코 사태 이후 기업들의 계약 수요가 끊긴데다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운용돼온 키코 계약건도 청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키코와 같이 고위험 리스크가 있는 파생상품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투기성이 아닌 실수요 목적으로 환헤지를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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