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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음지에서 양지로 드러난 국정원... 추석이후의 모습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비판과 불신을 넘어 비난과 환멸 수준에 이르렀지만 명절밥상에서는 늘 가족내 대소사와 함께 정치 얘기가 주요 화제로 떠오르곤 합니다.

올해 추석밥상에서 거론될만한 정치이슈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아마도 대선개입 댓글 의혹부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그리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혐의 수사까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던 국가정보원이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국정원은 지난 1년여 동안 가장 뜨거운 뉴스메이커였습니다. 지난해 말 대선 이후 거의 매일같이 언론지상을 장식하다시피 했으니깐요.

이석기 의원에 대한 수사결과와 국정원 개혁안 발표라는 메가톤급 뇌관이 아직 남아 있으니 2013년은 ‘국정원의, 국정원에 의한’ 한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회에서조차 활동과 예산을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국정원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의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나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시절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과 달리 무명은 사라졌고, 국정원의 실체가 속속들이 양지로 까발려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당연히 국민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정보요원들의 활약상에 대한 선망과 기대도 산산이 부셔지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정상적인 대북 방어 심리전 활동의 일환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 소속 요원이 방구석에서 인터넷에 저급한 수준의 댓글이나 달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노라면 실망감을 넘어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직원의 월급은 배우자에게조차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을 만큼 철저한 보안을 강조하는데, 이석기 의원 수사 과정에서는 100여명의 국정원 직원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미래○○사’, ‘국제○○진흥원’, ‘대한전산○○아카데미’ 등 국정원이 쓰는 가상의 유령업체 이름들이 드러난 것도 국정원으로서는 수모에 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국정원이 국가안보 수호와 국익증진의 사명을 부여받은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기회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결과와 국정원 자체 개혁안 발표가 될 것입니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에서 국정원이 한점의 의혹이라도 남긴다면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이 횃불로 번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국정원 개혁안은 더욱 중요합니다.

가뜩이나 ‘셀프 개혁’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요식적인 개혁안을 내놓는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게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관을 ‘미드’가 아닌 국정원에서 보고 싶어합니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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