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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일본 은행에는 있고 한국 은행에는 없는 것.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때문에 세계 경제가 저금리ㆍ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산업은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감소하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올 상반기 순익이 60% 이상 감소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순익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그들도 국내 은행들처럼 예대마진이 감소하면서 이자이익이 대폭 줄었지만, 순익은 오히려 증가한 것입니다. 일본 은행도 국내 은행처럼 미국, 유럽의 글로벌 은행들처럼 경쟁력을 갖춘 것도 아닌데, 왜 이들의 순익은 늘고 국내 은행의 순익은 줄었을까요.

▶日 11%↑vs韓 55.8%↓= 미쓰비시UFJ와 미즈호, 미쓰이쓰미토모 등 일본을 대표하는 3대 금융그룹은 순익이 10%가량 늘었습니다. 2013년 3월기(2012.4~2013.3) 결산 결과, 이들 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072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 것입니다.

이들의 순익이 늘어난 것은 예대마진 축소로 이자 이익이 줄었지만, 아베노믹스의 경기부양책으로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보유주식의 감손처리액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외영업 이익이 증가하면서 국내 이자이익 축소분을 상쇄한 것이 더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반면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3대 금융지주(자산 기준)의 성적은 형편이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2013년 상반기 은행지주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3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63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7114억원)에 비해 55.8% 급감했습니다. 반 토막이 난 것이지요.

이처럼 국내 3대 금융지주의 순익이 급감한 것은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자 수익이 5000억원이나 줄었다고 하네요.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NIM은 지난해 3분기(2.06%)까지 2%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분기(1.95%) 1%대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2분기(1.88%)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은행들의 수익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합니다.

▶해외진출 전략의 유무로 승패 갈려=양국 은행 모두 저금리 상황으로 영업환경이 안 좋은데 일본 은행만 유독 수익이 개선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해외진출 전략이 있느냐 여부에 따라 양국 은행의 승패가 갈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3대 금융그룹의 해외대출 잔액(2013년 3월말 기준)은 46조4000억엔(약 5600억 달러).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전체 이익에서 해외이익 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대에 근접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이자 수익이 감소해도 그 감소분을 해외 영업의 증가분으로 메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 은행이 해외영업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맞춤형 영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일본 메가뱅크의 해외이익 증가와 영업전략’에 따르면, 일본 은행은 지역별 맞춤형 영업전략을 통해 해외대출 및 수익을 늘려왔습니다.

우선 아시아지역은 진출한 일본기업이 많다는 점을 활용, 이들 기업에 대한 영업에 집중했습니다. 해외진출 일본기업의 60%가 이 지역에 집중된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무역거래나 자금 이전 거래 등을 주로 수행했던 것입니다. 일본의 최대은행인 미쓰비시UFJ의 경우 법인대상 국내 대출마진은 2011년 0.69%에서 2012년 0.66%로 0.03%포인트 줄었지만, 해외대출은 1%에서 1.08%로 0.08%포인트 늘었습니다. 대출마진이 국내보다 해외가 38.9%가량 높은 것입니다.

미주나 유럽지역은 대출 수익보다는 CIB(상업투자은행) 관련 수익과 수수료 수익을 위한 영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나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 수요가 많은 만큼 CIB 쪽을 집중한 것입니다. 실제로 미쓰비시UFJ의 해외영업 수익을 보면, 아시아지역은 전체 수익의 40.8%가 대출 수익이었지만, 미주와 유럽지역은 각각 44.2%와 47.1%가 CIB 수익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역시 일본처럼 포화상태가 된 상태라 은행들은 더이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국내 금융기관은 해외진출 당위성에는 어떤 이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해외진출 전략이나 강점을 지닌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부상하는 일본 금융지주들의 해외진출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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