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한 어느 시인과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호원 간 한밤중에 울타리를 사이에 놓고 벌어진 일이다.
잠이 오지 않아 뜰을 산책하다 소스라친 시인은 묻는다.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 정원 안에 초소가 있는 거네요?” 의무경찰은 규정상 얘기할 수 없다며 입을 닫고 만다.
시인은 몰랐다. 바로 이 경호시설이 서울시 소유인 연희문학창작촌에 속한 땅이라는 사실을.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그동안 무상임대해오다 지난해부터 돈을 내고 빌려쓰고 있는 것이다. 유상 임대계약은 2015년 4월 30일까지다. 문인의 창작의 산실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연희문학창작촌과 담을 같이 쓰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사저는 4년째 기묘한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 예민한 감각의 날을 세우며 언어를 만들어가는 작가와 이 특별한 이웃은 늘 한쪽이 가려웠을 것이다. 창작촌에서 보면 전 전 대통령의 사저는 울창한 소나무에 가려 지붕만 겨우 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유독 이 지점은 일종의 관광코스로 인기기 높다. 괜한 호기심에 자꾸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연희동은 국민에게는 지난 30여년간 전직 대통령의 동네로 인식돼 왔다. 그런 연희동도 몇년 사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큰 길 쪽으로는 먹자골목이 형성돼 주택가는 사라졌다. 최근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늘면서 카페가 들어서고 원룸도 생겨나고 있다. 길 쪽의 변화와 달리 안쪽은 그래도 고요하다. 16년간 이어져온 추징금 환수가 마무리되면서 연희동 자택의 운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