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 지역 분쟁으로 점철된 중동 한복판에 자리한 요르단이지만 희망의 빛은 있다. 자발적 사회적 공헌, 현지사회 기여를 통한 높은 브랜드 가치 등 우리 기업들이 땀과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들이 바로 그 것이다.
프랑스어로 ‘동쪽의 해 뜨는 나라’라는 의미의 레반트(Levant)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 팔레스타인을 통합하여 지칭하는 명칭이다. 이곳이야말로 중동의 역사적 중심지이면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이 요즘 들어 더욱 혼란스럽다. 요르단 북쪽의 시리아는 2011년 3월부터 현재까지 내전에 돌입해 200만명의 난민과 1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아직도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요르단 동쪽의 이라크는 종전 10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종파, 지역의 분열로 테러가 계속되고 있고 북서쪽의 레바논에는 8월에도 차량테러로 4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항상 있어 왔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로 로켓이 발사되고 이스라엘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요르단은 마치 ‘태풍의 눈’처럼 주변이 온통 폭풍에 싸여있는 ‘위기의 코너’에 있는 듯하다.
이런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몇 가지 ‘희망의 빛’을 본다. 첫째는,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우리 기업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보이고 있다. 올 8월 들어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연구용원자로’가 정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기자재 공급 등이 원활해지고 공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코오롱건설은 암만의 하수처리장 공사 대금 중 그동안 연체된 1200만달러를 전액 수금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에 곡물 9000만달러를 수주하게 되는 경사가 생겼다.
둘째, 우리 기업들은 일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활동에도 열심이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를 달리면 시리아와의 국경 인근에 ‘자타리’라는 시리아 난민캠프가 세워져 있다. 이 캠프의 외곽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컨테이너하우스 1700채가 보이고 여기에는 태극기와 기증한 단체의 이름이 쓰여 있다.
셋째, 우리 제품의 높은 브랜드 가치와 현지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높다. 암만시내 출근길에 교차로에 정차하여 옆에 서있는 차들을 보면 10대 중 4대는 한국 브랜드이다. 대형쇼핑몰의 전기전자매장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들이 가장 좋은 위치에 진열되어 있고 가격도 일본산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의 플라스틱 용기와 주방용품은 최고급 제품으로 고급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다. 요르단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12%는 한국전력공사가 현지에 투자한 ‘알 카트라나 발전소’에서 생산 공급된다. 현재 한창 건설 중인 ‘암만 아시아발전소가’가 내년에 완공되면 요르단 전기의 25%를 한국 기업의 현지합작법인이 생산 공급할 것이다. 앞으로는 요르단이 강점인 의료서비스, 의약품과 IT를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더 한층 발전시킬 수 있도록 오는 11월에는 ‘U-헬스 플라자’라는 공동 협력세미나와 상담회를 암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8세기 중동에는 전 지역에 칼리프 체계를 구축하고 종교적 열정이 과학의 전성기로 연결된 ‘아바스왕조’가 있었다. 대수학(algebra)은 ‘이항(移項)하다’라는 의미의 아랍어 al-jabr에서 유래될 정도로 수학도 발전했었다. 언젠가는 현재의 혼란과 테러가 종식되고 다시 한 번 찬란한 문명의 중심지로 비약하기를 기대해 보면서 ‘위기의 코너’에서 ‘희망의 빛’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