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한 명을 잘못 택하면 얼마나 큰 탈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 기록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엽기적인 북한 전투용어를 새삼 거론하자는 게 아니다. 그의 내란음모 혐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불거지는 또 다른 광경이다. 결론은 그에 의한 국가안보 관련 기밀 유출 가능성 여부다.
초선에 불과하지만 이 의원이 의정활동 1년 반 동안 정부에 요청한 자료 목록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도 아닌 그와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주로 탐취하려 한 자료들은 하나같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것들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이 의원이 원한 30여건의 자료 중 무려 24건이 한ㆍ미 군사관계 부문이고, 김재연 의원 등 통진당 다른 의원들이 요구한 40여건의 자료 역시 국방 기밀에 몰렸다는 점이다.
특히 이 의원이 눈독들인 것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서부터 한ㆍ미 연합군사훈련, 한ㆍ미 방위비 분담까지 국가 안보 전 분야로 다양했다. 문제가 된 지난 5월 지하혁명조직(RO) 회합 전후에 자료 요청이 집중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가 RO회합 강연에서 거론한 평택 등 지역 시설물들이 포함된 것은 아연실색할 대목이다. 더 섬뜩한 것은 북한이 남침하면 우리 내부에서 일사분란하게 교란작전을 펼치기 위한 기도가 줄줄이 감지되는 내용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이다. 일부라도 적의 수중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큰일 날 사안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방부가 작전계획이나 군사시설의 위치 등 핵심 기밀은 제출을 거부한 점이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권이 으르렁대면 사족 못 쓰듯 하는 행정부의 관행이 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작 필요한 것은 엄정한 감찰이다. 공안당국은 국가전복을 기도한 세력들에 국가기밀이 얼마나 넘어갔는지, 넘어갔다면 어디까지 흘러들었는지까지도 낱낱이 파헤쳐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북한이 왜 한ㆍ미 합동 군사훈련을 트집 잡고 서울과 워싱턴에 핵찜질 운운했는지 충분히 알만도 하다. 이석기라는 사람이 금배지를 달게 된 연유와 또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근본의 문제는 정치권에 있고, 또 그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말보다 대오각성부터 다져야 한다. 한 울타리에서 이석기 부류의 소름 돋는 의정활동을 아는 체 마는 체해 온 새누리당의 귀책은 두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