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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기의 ‘새끼수령’ 놀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실상 ‘새끼수령’ 놀음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새끼수령이란 80~90년대 학생운동이 세를 떨칠 때 대학 총학생회장이나 전대협·한총련 의장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는 모습을 북한의 수령제에 빗대 비판적으로 꼬집는 말이다.

이 용어는 학생운동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멸된 것으로 보였지만, 체포동의요구서에서 드러난 이 의원의 언행이나 조직원들이 이 의원을 대하는 태도는 새끼수령의 재림에 다름 아니었다.

체포동의요구서 곳곳에서는 북한의 수령들에 비견할 만큼 강한 이 의원의 조직장악력이 확인된다.

이 의원은 5월 10일 경기도 곤지암에 130여명의 조직원들이 수사요원을 따돌리기 위한 ‘꼬리따기’ 등을 통해 힘겹게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기강해이와 장소 보안 문제를 이유로 10분만에 해산시켜 버렸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술에 취한 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에게 “김 지휘원, 자네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라고는 하지만 핵심 당직자를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곤지암 모임을 해산시키면서 “내가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오시라”고 말한 이 의원은 이틀 뒤인 5월 12일 서울 합정동에 다시 모일 것을 지시했다.

RO 총책인 이 의원은 “모든 활동의 제1원칙은 보위투쟁”이라며 자신에 대한 보위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직원들도 권역별 협의에서 지도부 보위 문제를 논의했다.

이 의원이 북한식 표현을 자주 사용한 것도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행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은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은 채 ‘남녘’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했다. 또 한민족이 아닌 조선민족을 사용해 “조선민족의 입장에서,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정세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밖에 강연에서 ‘필승의 신념’, ‘모략책동을 분쇄’, ‘사상적 무장’, ‘제2의 고난의 행군’ 등 북한 당국이 사용하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썼다.

운동권 출신의 한 인사는 “지금은 납득하기 힘들지만 과거에는 북한식 표현이 권위를 높여준다는 기류가 일부 있었다”며 “분단과 독재시대의 아픔이 낳은 우스꽝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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