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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금이탈 숨고르기 · 中경제 호조…인도·印尼 한숨 돌리나
인도네시아 7월 최대 무역적자
통화가치 하락·물가상승 등
위기공식 틀 아직 못 벗어나

신흥국 단기 외채비율 50% 미만
위기탈출 열쇠 中 PMI 등 호조
일부선 환란 가능성 일축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하면서 신흥국 위기 우려가 고조됐지만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규모 자금 이탈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고, 열쇠를 쥔 중국 경제가 구매관리자지수(PMI) 호조 등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국의 외환 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비율도 50%를 넘지 않아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서민 거리 블록M. 서민들이 애용하는 삼륜택시 ‘바자이’와 오토바이, 승용차들이 뒤섞여 거리를 달리고 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위기는 현재진행형=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경상수지 적자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이탈→통화 가치 하락→수입물가 상승→무역 적자 증가→외환위기’라는 위기 공식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7월 무역 적자는 2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8월 물가 상승률은 8.79%까지 올라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인도는 더 심각하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에서 올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루피화 가치 하락을 이유로 석유제품 가격을 한 달 새 두 번이나 올리면서 서민물가 부담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미국의 시리아 공습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유가 급등이 인도 무역 적자를 심화시 킬 것이라는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은 울상이다. 통화 가치 폭락으로 달러 표시 빚을 갚는 데에 이전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탓이다. 아시아 기업들은 미국의 양적 완화 이후 외채를 많이 사용해왔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 전략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해 상황은 역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인도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빌린 자금은 1000억달러에 달한다”며 “지난 5월 이후 인도의 루피화 가치가 19% 가까이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 기업들이 달러 채무를 갚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통신업체인 PT인도샛(Indosat)의 경우도 미국의 금리가 자국보다 내려가자 장비 구입을 위해 해외에서 10억달러를 빌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자국의 루피아화 가치가 12% 가까이 떨어져 상환 부담이 증가했다.

▶최악은 지났다=하지만 노무라증권은 “아시아의 향후 5~6년 투자 전망이 밝다”며 “지난달 대규모 자금 이탈 이후 신흥국이 최악의 위기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펀드조사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한 이후 3개월간 아시아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440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다. WSJ도 “아시아 기업들의 대외 채무 부담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아시아 기업들의 현지 통화 채무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에 1997~1998년의 외환위기가 재발할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HSBC는 인도네시아 민간과 공공부문의 대외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5% 정도로, 1997년 위기 이전의 90%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멘지 친 위스콘신대 교수는 자신이 운용하는 이코노브라우저 블로그에 “한국과 인도는 다르다”면서 “괄목할 만한 규모의 외환을 보유한 한국은 대체로 이번 위기에서 면역돼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흥 시장의 양적 완화 중독은 지적됐다. WSJ는 “신흥국이 스스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나 “지난 5년여의 타성 때문에 정책 전환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저널은 “필요한 것은 구조적 해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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