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이석기 의원실 등 통합진보당 핵심관계자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내란죄 적용은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것을 제외하면 민주정부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합법정당의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되 있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혐의는 ‘내란죄’ 로 알려진다. 국정원법은 내란죄와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경우 국정원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의원실 압수수색에 투입된 국정원 직원은 모두 30명으로, 이들은 현장 압수수색 영장 외에도 의원실 보좌관들에 대한 신체압수수색영장도 발부받아 증거인멸 시도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히 치밀하게 압수수색이 준비됐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파장과 관련 서울지검 고위관계자는 “사안이 굉장이 크다“고 밝혀, 국정원과 검찰이 상당히 오랫동안 내사를 해왔음을 암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출입 기자들에게 ”(국정원)그 쪽으로 다 가서 취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상당기간 수사가 고강도로 진행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다른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나중에 보면 깜짝 놀랄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수원지검이 지휘를 맡았다. 경기도 성남 중원구는 이 의원 등 소위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거점이다. 최근 국정원은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정권 타도 움직임 구체화 한 것에 대한 정보를 상당 부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통진당 관계자는 “정권 붕괴가 실질 목표는 아니지만 특정 움직임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황이 엄중해지자 정치권도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해 종북논란과, 올해까지 이어진 NLL 논란 등이 미친 정치적 파장이 엄청나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원의 수사대로 내란죄 혐의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확정이 난다면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1년5개월 동안 반국가단체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친 것이 돼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전망이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이 아니라 국정원의 직접 수사라는 게 의아하다. 아직은 사태 파악중이다”고 말했고, 김관영 대변인은 “사실관계 파악이 아직 안됐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전까지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가 야권연대를 논의했던 터여서 국정원의 수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태흠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정원에서 오랫동안 내사했던 사건으로 알고있고, 특히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이라면
철저히 수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견을 전제로 “종북좌파들이 국회에 들어와선 안되는데, 버젓이 의정활동한다는 자체가 국가안보에 커다란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통진당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종북 논란’을 겪으며 분당 사태까지 빚어졌는데 국정원까지 내란죄 혐의로 수사에 나서면서 자칫 정치권으로부터 ‘영구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압수수색 사실이 확인되자 “현재 진행되는 모든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홍석희ㆍ이정아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