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발생한 태풍 14개 중 이달 말까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태풍은 없다. 한반도의 여름이 태풍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4년만의 일로, 지난 1904년부터 올해까지 120년 동안 10번뿐이다.
지난 6월 말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되게 한 제4호 태풍 ‘리피(LEEPI)’가 가장 근접한 것이지만 육지에서 실질적으로 느낄 정도의 영향은 없었다.
지난 18일 중앙태평양에서 북서태평양으로 이동한 제13호 태풍 ‘페바(PEWA)’도 27일 오전께 일본 도쿄 동쪽 약 2340㎞ 부근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 여름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 태풍이 사실상 한 개도 없었던 셈이다.
올해 발생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지 않은 이유는 강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중국 남부 지방부터 한반도까지 뒤덮으면서 길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고 있으면 중국 대륙 쪽으로 진행한다.
8월 중순부터 9월 초가 되면 이 고기압 세력이 조금씩 약해져 일본 열도 부근까지 움츠러든다. 이때 태풍은 수축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 쪽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49일간의 긴 장마 뒤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유달리 강하게 한반도에 오래 머물면서 열대지방에서 발생한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여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에 태풍이 다가올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음 달 가을철 태풍이 평년(10.8개)과 비슷한 9∼12개 발생해 이 가운데 1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23일 발표한 ‘가을철 기상 전망’에서 “현재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와 태풍이 발생하는 길목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발생한다면 강한 태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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