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연비 인증에 분석 착수
현대ㆍ기아차가 최근 르노삼성의 차량을 잇달아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몇 해 전부터 눈높이를 글로벌 경쟁 업체에 맞춰왔던 현대ㆍ기아차가 다시 국내 경쟁 업체의 차량 분석에 나선 것이어서 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19일 국내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지난달 이후 르노삼성의 중형 세단 ‘SM5 TCE’<사진> 차량을 2대 구입해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11월에는 준중형 세단 ‘SM3’ 3대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르노삼성 차량을 구매해 분석 작업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10년 SM5 풀 체인징 모델이 출시 이후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ㆍ기아차는 남양연구소를 통해 1년에 150대 이상의 주요 수입차를 구입해 주행 테스트 등을 진행한다. 이 가운데 25대 정도는 2만개가 넘는 부품을 모두 해체, 약 석 달간 정밀 분석한 뒤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폴크스바겐의 ‘7세대 골프’처럼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차량이 구매 대상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73% 점유하고 있는 만큼 현대ㆍ기아차는 몇 년 전부터 국내 경쟁 업체보다는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차량 분석에 치중해왔다.
우선 현대ㆍ기아차가 SM3를 구매한 것은 연비 때문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뉴 SM3’는 신연비 기준으로 15.0㎞/ℓ를 인증받았다. 동급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는 14㎞/ℓ. 지난 13일 출시된 5세대 아반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아반떼 디젤’조차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여주는 고급형 ISG(Idle Stop & Go) 시스템을 기본으로 달고도 연비가 16.2㎞/ℓ 수준이다.
SM5 TCE의 경우에도 공인 연비(13㎞/ℓ)가 현대ㆍ기아차 경쟁 모델(기아차 K5 2.0 터보 연비 10.3㎞/ℓ)보다 높다. 이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1.6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터보를 장착하지 않은 대표 중형 세단끼리 비교해도 무단변속기를 장착한 ‘SM5 플래티넘’이 12.6㎞/ℓ로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쏘나타’ 및 ‘K5’ 2.0 연비(11.4㎞/ℓ)를 능가한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차량의 성능과 경쟁력을 연비만 가지고 평가할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르노삼성이 가장 연비를 잘 뽑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