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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함준호> 금융의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한 과제
부동산 가격하락기 대출회수땐주택 매각·값하락 악순환 반복금융사 단기적 성과 집착 탈피중장기적 위험지표 활용 연구를
부동산 가격하락기 대출회수땐
주택 매각·값하락 악순환 반복
금융사 단기적 성과 집착 탈피
중장기적 위험지표 활용 연구를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실적이 작년에 비해 크게 부진하다. 이는 저금리와 예대마진의 축소에도 기인하지만, 호황 시절 대규모로 나간 기업대출의 부실화에 따른 손실과 대손충당금 적립 때문이라고 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그렇게 대출을 권유하다가도 경기가 조금만 나빠지면 재빨리 대출을 회수하는, ‘비 올 때 우산 뺏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금융회사들의 이러한 과도한 경기순응적 행태는 실물충격의 완충이라는 금융 본연의 기능을 저해함은 물론, 신용 버블의 생성과 붕괴를 야기하여 오히려 국민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비 올 때 우산 받쳐주는’ 듬직한 금융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금융의 경기순응성이 유발하는 문제점과 대응책에 대한 논의는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금융의 경기순응성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금융회사의 대출이나 신용이 경기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호경기 때 신용위험이 낮아지고 불경기 때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이를 반영하여 여신이 늘고 주는 것 또한 매우 합리적이다.

문제는 금융시스템이 실물경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경기순환의 진폭과 금융 불균형을 더욱 확대시키는 동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데 있으며,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을 금융의 경기순응성이라 부른다. 예컨대 경기둔화 시 단기 리스크 변화에 민감한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동시에 줄이게 되면 신용공급의 위축에 의해 기업의 부도위험은 실제보다 더욱 높아지고, 이에 따른 부도 증가가 다시 실물경기 침체를 심화시켜 대출회수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부동산가격 하락이 담보가치에 민감한 은행의 대출회수로 이어지면, 빚을 갚지 못한 차입자의 담보주택 매각이 다시 부동산가격 하락과 대출회수를 유발하는 것도 유사한 현상이다. 이러한 금융의 경기순응성은 심각할 경우 시스템 위험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기순응성의 여파가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경기둔화 시 신용등급의 하락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서민계층 등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금융의 경기순응성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리스크 평가와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에 기인한다. 은행의 신용평가가 과거의 경험적 정보에만 의존하고 미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호경기엔 위험이 저평가되고 불경기엔 위험이 고평가되어 ‘비 올 때 과도하게 우산을 뺏는’ 위험관리 행태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금융회사 임직원의 평가와 보상이 단기성과에만 의존하게 되면 과도한 수익추구로 중장기적인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금융의 경기순응성은 개별회사의 미시적 건전성에만 초점을 두고 외부효과를 고려치 않는 자기자본 및 대손충당금 규제, 시가평가 회계시스템 등 제도적 요인에도 일부 기인한다. 최근 합의된 바젤3 체제에서는 은행의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해 호경기에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하는 경기역행적 자본규제가 도입되었다. 더불어 경기역행적 대손충당금 및 유동성 규제, 경기역행적 DTI, LTV 규제, 만기구조에 따른 선별적 시가평가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적 접근보다는 근본적으로 금융회사 내부의 평가보상 및 리스크 관리 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한두 해의 단기성과에 경영진의 생사가 좌우되는 경영체제로는 경기순응성의 완화를 기대할 수 없다.

지배구조의 개선과 더불어 신용평가 및 리스크 관리에 있어 중장기 위험지표와 미래지향적 거시정보를 이용하는 등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소비자의 후생도 증진시키는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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