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웅진홀딩스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등의 혐의로 7일 불구속 기소된 웅진그룹 윤석금(68) 회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매출 6조원의 대기업을 키워낸 ‘샐러리맨 신화’였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윤 회장은 입사 한 달만에 국내판매 1위, 1년만에 세계 판매왕을 차지하는 등 방문판매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경제 흐름을 읽는 능력도 탁월했다. 1980년 정부가 과외를 금지하자 유명 강사의 강의를 녹음해 판매하는 사업을 구상, 자본금 7000만원으로 남대문로 대우빌딩의 한 귀퉁이에 조그만 사무실을 차렸다. 직원 7명으로 테이프 교재와 학습지 시장 개척에 나선 이 회사(헤임인터네셔널, 훗날 웅진출판으로 개명)가 오늘날 웅진그룹의 시초다.

1989년에는 ‘물 장사’에도 뛰어들었다. 소득수준 상승에 따른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웅진코웨이를 설립한 것이다. 그러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쳐 고가 정수기 판매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월 2만7000에 빌려 주는 렌털사업을 도입해 대응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재계에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책장사, 물장사, 리스장사로 대기업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999년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연 매출액 2500억원의 코리아나 화장품을 매각한 것이나, 지난해 2월 주력사업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것은 그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다.

하지만 잇따른 사업확장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위기에 처한 웅진그룹은 12개 계열사 가운데 웅진코웨이, 웅진패스원 등을 팔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매각작업도 마무리 되면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 북센, OPMS 등 출판ㆍ교육 분야 사업만 남게 된다. 1980년 창업 모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기성 CP를 발행해 1200억여원을 가로챘고, 위기에 처한 계열사 불법지원으로 다른 계열사에 1500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 금액이 크다며 윤 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도, 개인적 이익을 위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