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우면산 산사태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사고 원인을 놓고 서울시와 유가족들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1년 전 사고원인조사가 마무리됐지만 천재(天災)적 측면이 크다는 보고서 내용에 유족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는 유족들의 반발로 2차 원인 조사에 들어갔지만 ‘천재’로 규명한 보고서 결과를 수정해달란 유가족들과 마찰을 빚으며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2차 조사가 늦어지면서 줄줄이 걸려있는 손해보상 소송도 제자리걸음이다. 유족들은 오는 26일 시청 앞에서 2주기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2011년 9월, 우면산 사고는 천재였다고 결론내렸다. 강한 폭우와 계속된 호우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데다 흘러내린 돌과 흙더미, 나무 등이 배수로를 막은 것이 우면산 산사태의 주요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서울연구원의 1차 보고서에 무분별한 산지 개발과 사방시설 부재 등 ‘인재’ 요소가 배제된 데다 1차 조사 후 추가된 기상청, 경찰관 무전, 블랙박스 자료도 빠졌다며 반발했다.
시는 시민토론회를 열어 2차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려 했지만 유족 측이 “용역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요식행위가 아니냐”며 반발해 토론회는 계속 연기됐다. 유족들은 보고서가 수정되지 않는 한 토론회에 참석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현재 시청 앞 1인 시위도 중단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올해 말까진 우면산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최종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우면산 산사태로 남편을 잃은 유족 김모씨는 “서울시 측도 정부에는 매번 도시 개발로 산사태가 일어난다고 보고하면서 이 조사에서만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노량진 사고는 감리업체 잘못이 크고 관이 책임질 부분이 적어 빨리 해결됐지만 우면산 사고는 책임 있는 서초구, 서울시, 산림청이 서로 오리발을 내밀어 여태 수습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보고서 작성이 늦어지면서 손해배상 소송도 표류하고 있다. 현재 우면산 산사태 관련 피해자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6건이지만 모두 답보상태다. 서울시 조사에 기대지 않고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감정인을 선정하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선뜻 이뤄지기도 어렵다.
피해자측 대리를 맡은 좋은이웃종합법률사무소의 배재철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소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이 넘는 감정비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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