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연료를 석유 대신 천연가스로…친환경ㆍ고연비 선박 필수 기술

-국내외 특허만 150여개…세계 최대 선박엔진업체에 특허 수출도

-친환경 연료 추진 장치 기술 개발 주력…“수요 늘어날 것” 기대감 ↑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도로를 달린다면 해상에는 천연가스 선박이 있다. 석유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한다. 전세계적으로 강화된 환경 규제로 해상에서도 고연비ㆍ친환경 선박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커지면서 천연가스 선박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일찌감치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모양새다.

24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 관련 기술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특허기술만 150여개에 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압축기 없이 천연가스를 기화시켜 엔진에 직접 공급하는 기술이다.

특허기술만 150여개…‘천연가스 선박시대’ 주도하는 대우조선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해 세계 최대 선박엔진 업체인 MDT사에 수출한 고압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LNG HP-FGS)의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기존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는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압축기를 사용해 고압으로 압축시켜 공급하는 방식이었지만 대우조선은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압축기 없이 기화기와 고압펌프를 이용해 기화시켜 엔진에 직접 공급한다. 기존 방식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10% 수준으로 줄고 부피도 작아져 연비에 도움이 된다.

증발되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자연 증발되는 천연가스를 재응축기를 이용해 저온 고압의 액체로 만들어 연료로 이용하는 것. 자연스럽게 소모되는 가스를 회수해 연료화하는 것으로 경제적 효과가 높다.

이같은 특허 기술은 해외 선박엔진업체에 수출되는 성과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은 세계 최대 선박엔진 업체인 독일의 ‘만디젤&터보(MDT)’에 독자 개발한 ‘고압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LNG HP-FGS)’ 특허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껏 국내 조선사가 해외 엔진업체로부터 선박엔진을 수입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역으로 우리 기술을 판매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 선박 엔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MDT가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업체의 특허 기술을 납품받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LNG HP-FGS 기술은 MDT가 만드는 선박용 2행정 엔진인 ‘전자제어식가스분사(ME-GI)엔진’에 적용될 예정이다. 실린더가 두 번 왕복해 흡기ㆍ압축ㆍ폭발ㆍ배기가 이뤄지는 선박용 2행정 엔진 분야에서 MDT의 제품은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천연가스 연료 사용이 가능한 엔진이다.

대우조선의 기술이 접목된 엔진은 지난 해 12월 캐나다 선사 ‘티케이’가 대우조선에 발주한 두 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지난 달 미국 나스코(NASSCO)가 건조하는 세계 첫 천연가스 추진 컨테이너 선박에 공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조선사들도 천연가스 연료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대우조선이 관련 특허 보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기술 수출에도 성공하면서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방언 대우조선 기술총괄 부사장은 “시스템 개발에 있어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세계 대형 선박들이 청정에너지인 LNG를 연료로 사용해 항해하는 날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