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수입이 벼랑으로 내려앉고 있다. 1~5월 국세청의 세수실적은 82조1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조원이나 줄었다. 5월 말 현재 징수 진도율은 41.3%로 최근 3년 같은 기간 평균치 47%보다 훨씬 낮다. 이대로라면 상반기에만 10조원가량 세금 수입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
이 같은 기록적인 세수부진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반 토막 난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된 때보다 더 심각하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더 힘겨운 처지라는 의미다. 세계시장이 동시다발로 침체되면서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극히 저조했고 따라서 일부 대기업의 법인세 규모도 절반 이상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작년 1~5월 1조100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낸 현대중공업의 경우 조선업 불황으로 올해 같은 기간에 4000억원대에 그친 것이 단적인 예다.
바닥을 헤매는 내수침체 역시 부가가치세를 증발시키고 말았다.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고 내수부진은 결국 자영업 줄도산을 낳고 있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세수 부족분이 2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더 속 타게 생겼다. 불과 보름 전 하반기 3% 성장 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빈 곳간을 채울 마땅한 묘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경기회복이 어느 정도 된다 하더라도 기업실적 개선이 세금 납부로 이어지기에는 최소한 반년 이상 시차가 있다. 최후의 카드 격인 2차 추경을 꺼내들기에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유동성 공급에는 추경이 달콤하긴 하지만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시장금리 인상, 물가상승 등 인플레이션으로 국민 부담만 더 가중시키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내고 볼 일이다. 청와대가 하반기 국정운영 초점을 경제살리기에 맞추기로 했다고 한다. 기업과 국민들의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등 불필요한 규제는 확실하게 풀겠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쥐어짜기보다 경영이나 영업환경에 숨통을 터주는 것이 지름길이다. 고소득 업자들에 대한 철저한 징수는 물론이고 지하경제 발굴에 더 강단 있게 나서야 한다. 대선공약에 대한 완급조절과 옥석가리기도 더 이상 머뭇댈 것이 아니다. 더 중시할 것은 과거에 매몰된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리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