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CJ홈쇼핑 채널에는 삼성 에어컨과 스마트PC, 캐논 650D 카메라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최장 36개월 무이자할부로 제공한다는 낯선 상품이 등장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할부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캐피털사와 홈쇼핑이 제휴를 맺고 일반소비자에게 친숙한 가전제품을 장기할부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 상품은 출시 2주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출시 한 달이 안돼서 300만원짜리 삼성 에어컨이 800대 이상 팔려나갔다.

CJ홈쇼핑과 우리파이낸셜이 제휴를 맺고 ‘O’36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이 상품은 11일 현재 LG 디오스 싱글 홈바형 양문형 냉장고를 월 3만9000원, LG 3D 스마트TV를 4만1900원, 동양매직 식기세척기를 1만4900원에 판매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돌침대ㆍ미싱 등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다.

할부금융인 이 상품은 카드사의 무이자할부가 사라진 틈새시장을 노리고 등장했다. 구매방법도 신용카드와는 다르다. 홈쇼핑 상담원과 전화통화 후 구매를 결정하면 캐피털사에서 고객의 집을 방문해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고객은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36개월 동안 계좌이체를 통해 금액을 나누어 납입하면 된다. 이 같은 장기 할부금융은 신용카드가 활성화하지 않은 독일 등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처럼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도 고가의 상품을 수십개월에 걸쳐 나눠낼 수 있는 할부상품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캐피탈 효성캐피탈 등 주요 캐피털사도 홈쇼핑과 제휴를 맺기 위한 절차에 도입했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시장 축소에 따라 할부금융 회사의 내구재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