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최근 홍콩, 중국,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미술을 앞다퉈 육성하고 있다. 대규모 창작단지와 미술플랫폼을 조성 중인가 하면 아트마켓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미술이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소더비의 미술경매가 계속 호황을 이루고 있고, 스위스의 ‘아트바젤’ 등 주요 아트페어에 각국의 컬렉터들이 걸작을 사기위해 몰려드는 등 해외 아트마켓은 열기가 뜨겁다. 또 카타르, 두바이 등 신흥부국들은 대규모 현대미술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굴지의 화랑과 경매사는 아시아 마켓 공략에 바쁘다.

서진수 교수는 “21세기들어 아시아 미술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화랑도 앞다퉈 생기고 있고, 아트페어도 경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서구 아트페어 회사와 개인들이 아시아 아트페어에 투자하거나 기획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국가의 경매회사들 역시 국내와 해외에서 독립 및 연합경매를 개최하고 있으며, 세계 유수의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아시아 지역의 경매 장소와 횟수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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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술시장 강국은 역시 중국이다. 서 교수는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수장이 됐다. 지난 2010년 세계미술시장 점유율 33%로 1위를 차지한 이래, 2011년 41.4%, 2012년 41%로 올라서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1년 통계를 기준으로 중국의 화랑은 총 1649개에 달하며, 그 중 721개가 베이징, 256개가 상하이에 위치한다. 경매회사의 숫자도 308개에 달하며, 낙찰총액이 975억 위안(한화 18조1416억원)에 달한다. 중국 미술시장은 경매, 화랑, 예술박람회, 교역, 인터넷 거래, 공예, 복제품 시장까지 합치면 2108억 위안(39조2235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러니 유럽과 미국의 화랑과 경매사들이 중국시장에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베이징,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서울, 도쿄, 타이베이, 두바이, 뉴델리는 아트페어와 경매를 통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와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은 지난 2002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창설하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치고나가는 듯했지만 최근들어 그 자리를 홍콩에 내주고 말았다. 국내의 미술시장이 워낙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데다, 아트마켓을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동북아 미술시장의 거점으로 다시 뛰어올라야 한다. 그저 손을 놓고 있어선 한국 작가의 세계진출은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서 교수는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의 미술시장은 아트페어와 경매를 통해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상호교역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정부와 사회, 문화계가 더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역량있는 한국의 미술가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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