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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당황하셨어요?", '꼼수투자'의 세계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요즘 가장 뜨는 유행어가 뭔지 알고 싶다면 기자들은 메일함에 가득한 보도자료 제목을 보면 됩니다. 기자에게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 행사나 상품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주시는 분들은 제목 달기에 고심합니다. 그러다보면 가장 ‘핫’한 유행어를 사용하기 마련이고, 결국 비슷비슷한 제목들의 자료가 메일함에 차게됩니다.

요즘에는 단연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선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가 최고 유행어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선생님, 럭셔리 호텔 패키지가 20만원대라서 많이 당황하셨어요?”, “애널리스트가 투자설명회가 아니라 입시설명회 한다니깐 많이 당황하셨죠?” 등등입니다.

증권가에도 이같은 주식투자의 꼼수들이 넘쳐납니다. 입만 열면 펀더멘털, 실적, 가치 등 투자의 정석을 거론하지만 그런 딱딱한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올리 없습니다. 그보단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투자의 맥을 찾아내는 ‘꼼수 투자’가 오히려 흥미를 자아냅니다.

한 전문 투자자는 IT업종의 업황을 보기 위해 인천공항을 간다고 합니다.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나 구로디지털단지도 아니고 왜 인천공항일까요? 이유는 IT제품의 특성에 있습니다. IT제품은 워낙 상품 주기가 빠르고 예민해 수출 물량의 거의 전부를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고 합니다. 따라서 화물기가 많이 뜬다면 그만큼 IT업종이 호황이란 뜻이라나요? 수시로 이를 체크하기 위해 공항이나 항공사에 친구 한두명쯤 사귀어 두면 좋다네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가가 바닥을 쳤단 걸 고객들의 전화 문의 횟수로 안다고 합니다. 주가가 마구 곤두박질 칠 때는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이 전화통에 불이 나지만 정작 저점에 다다르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을 거꾸로 활용해 전화기가 잠잠해지면 ‘아, 이제 바닥은 쳤구나’라고 생각한다는군요.

개인투자자에게 ‘귀동냥’ 만큼 중요한 투자재료도 없죠. 최근엔 여의도의 ‘매미 소리’가 투자자들의 귀를 잡아 끌고 있습니다. 매미란 개인투자자를 뜻하는 ‘개미’에서 유래한 말로, 펀드매니저 출신 전업 투자자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증권사나 운용사를 나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 및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을 유치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자금 규모나 정보의 양과 질에서 개미를 압도합니다. 이들 매미의 사무실은 여의도 몇몇 빌딩에 밀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때문에 “모 빌딩 엘리베이터를 타고 거기서 오가는 대화만 잘 엿들어도 오르는 종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어떠세요?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엔 뭔가 그럴 듯해 보이는 얘기들도 있나요? 그렇다고 이런 꼼수만으로 주식투자를 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화물기 투자론’을 편 분은 하루도 쉬지 않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체크하고 관련 뉴스를 챙겨봅니다. ‘꼼수 투자’는 아주 가끔 입을 즐겁게 해주는 ‘간식거리’정도로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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