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건설업계에서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는 비공개가 불문율이다. 제값 주고 분양받은 기존 계약자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는 데다 건설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이같은 불문율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분양가를 낮춰 판매하는 미분양 아파트 세일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베란다 무료 확장, 생활비 지원,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 각양각색의 혜택도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
팔다 남은 파트를 끌어 안은채 자금난을 겪기보다는 분양가를 깎아주더라도 재고 물량을 한채라도 더 처분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기업 경영에 더 효율적이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자금회전을 위해 재고상품을 중심으로 바겐세일이나 가격인하, 이월상품 할인전 등 떨이행사를 벌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세일이 가장 빈번한 곳이 바로 미분양 아파트가 몰려 있는 용인지역이다.
용인 수지지구 일대엔 30~40% 할인판매하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난다. 실제로 신봉동 ‘동일하이빌 3단지’는 5월 중순부터 최대 40% 깎아 팔고 있다. 3.3㎡당 9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16㎡형은 당초 분양가가 7억700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엔 4억8900만원으로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동일하이빌 3단지’ 인근에 위치한 신봉 센트레빌도 지난 4월 부터 분양가를 30%가량 낮춰 팔고 있다. 분양가 7억9900만원하던 전용면적 149㎡형은 현재 5억5900만원이면 장만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고양시 덕이지구에 짓는 ‘일산 아이파크’는 분양가 할인폭이 대략 30%에 달한다. 일부 타입에 해당되는 사례지만 3.3㎡당 1400만원대였던 분양가가 최근엔 900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신동아건설의 ‘강동역 신동아파밀리에’는 중도금 60% 무이자 조건과 함께 층별로 분양가를 6∼20% 할인해 주는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분양가를 깎아주는 세일 마케팅만 있는 게 아니다. 중도금 이자 지원을 비롯한 직접적인 금융지원 혜택은 물론 발코니 확장과 같은 서비스는 기본이다. 최근엔 생활비 제공, 이사비용 대납 등을 지원하는 전략도 동원되고 있다.
동부건설이 짓는 남양주시 ‘도농역 센트레빌’은 생활비를 제공하는 색다른 카드를 뽑아들었다. 계약 시점부터 내년 9월 입주 때까지 분기별로 생활비를 230만∼800만원씩 제공한다는 게 동부건설의 전략이다. 동부건설은 생활비뿐 아니라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에 일부 현금을 돌려주는 ‘캐쉬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일산 탄현 두산위브더제니스도 계약자를 대상으로 매달 현금 30만~170만원씩 생활비를 제공하고, 관리비도 3년동안 대납해 주기로 했다. 고양시 삼송지구에 있는 ‘삼송 동원로얄듀크’는 중도금 60% 무이자 대출과 이사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파트 미분양시 미분양 계약자와 계약조건을 동일하게 소급 적용하는 ‘계약조건보장제’를 비롯, 톡톡튀는 마케팅 전략이 총동원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남양주 지금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대해 계약조건 보장제를 적용해 팔고 있다.
동탄2신도시 대원칸타빌도 이 지역에선 처음으로 계약조건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몇 년간 살아본 후 최종 계약하는 미분양 판촉도 흔해졌다. 두산건설이 일산 서구 탄현동에 지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분양대금의 22~25%를 납부한 후 3년간 살아보고 계약을 결정하는 ‘신나는 전세’ 제도를 운영중이다.
일단 계약한후 나중에 환매하는 ‘환매조건부 분양’도 있다. 일레븐건설은 용인 성복동 ‘성복 자이 1,2차’와 ‘성복 힐스테이트’에서 시행중이다. 분양가의 20%만 내고 2년간 거주한후 마음에 들면 최종 계약 때 15%가 할인된 분양가로 잔금을 내면 되고 분양 받기를 원치 않으면 건설사에 되팔면 된다.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 미분양 물량도 매입 3년 뒤 건설사에 되팔 수 있는 ‘리스크 프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오랫동안 미분양된 주택은 입지, 교통 여건 등 상품면에서 문제가 있는 곳도 있다”며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주변 시세와 미래가치 등을 보고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