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원장 2007년 남북정상 대화록 전격공개 파문 확산…“국론 위해 불가피” 주장 불구 국정수행 걸림돌 비판도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007년 열렸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정치논란 소용돌이 한복판에 뛰어들었다.원세훈 전 원장 시절이었던 지난해 대선 직전 새누리당의 대화록 열람 요구를 거부했던 국정원이 불과 6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남 원장의 ‘결심’이라는 게 정설이다. 국정원은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과도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24일 오전 ‘2급 비밀’로 돼있던 대화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하고 같은 날 오후 국회 정보위에 공개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총괄지휘했다. 국회 의원회관으로 직원을 보내 전달을 강행하는 등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국정원은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6년 전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회담 내용을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악영향이 초래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공공기록물이기 때문에 기관 자체적으로 비밀을 해제하고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화록 공개 이후 국정원의 정치중립성 및 공개적정성 여부와 노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국론은 양분되고 있으며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인지, 대통령 지정 기록물인지에 대한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가 국익 차원에서 불가피했다는 여론도 있지만, 외교관례에 어긋나고 남북관계는 물론 코앞으로 다가온 한·중 정상회담과 창조경제 관련 법안 처리 등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남 원장이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조사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뒤집기 위해 대화록 공개카드를 빼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심지어 장성진급 비리 의혹 사건으로 육군 참모총장에서 물러났던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의 사적인 악연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떠돈다. 하지만 군 소식통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별하는 분”이라며 “군을 폄하하고 NLL을 포기하는 듯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뇌에 찬 결단”(새누리당), “쿠데타나 다름없는 불법행위”(민주당). 남 원장에 대한 여야의 평가다. 남 원장이 정쟁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헤쳐나올지, 또 정치중립성을 지켜낼지 주목된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