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프리즘 - 최남주> 착시현상으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일 경계해야
건설 및 부동산 업계에선 4ㆍ1대책이 약발을 다했다며 아우성이다. 4ㆍ1대책을 일컬어 ‘두 달 대책’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린다. 건설 및 부동산 현장에선 세금, 금융, 주택공급 제도 등을 망라한 패키지형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 경제의 착시현상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경영실적이 좋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으로 인해 마치 한국경제가 건재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에 위기관리 대책에 미진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꼬집는 내용이다. 올해 한국 경제는 2%대 플러스 성장을 점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분명 선방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국내 상장회사 499곳(금융업 제외)의 순이익 중 절반이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벌어들인 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 등을 뺀 상위 97개 기업의 순이익은 2007년의 63%에 불과하다. 겉으론 한국 경제가 괜찮아 보이지만 실상은 위기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착시현상은 부동산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박근혜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며 4ㆍ1대책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초반엔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3개월가량 지나면서 4ㆍ1대책은 무용론에 시달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6월 들어 매매 가격이 4주 연속 하락하고, 주택거래는 거의 바닥이기 때문이다. 고공행진하던 전셋값도 4ㆍ1대책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부동산 시장에선 주택경기가 4ㆍ1대책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주 0.06% 떨어져 4주 연속 하락했다. 상승세를 주도해온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4ㆍ1대책 발표 전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고 한다. 반짝 상승세를 탔던 분양시장도 작황이 최악이다. 오죽하면 일산, 파주 등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가를 30~40% 깎아주는 미분양 아파트 세일까지 유행할까. 건설 및 부동산 업계에선 4ㆍ1대책이 약발을 다했다며 아우성이다. 4ㆍ1대책을 일컬어 ‘두 달 대책’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린다. 건설 및 부동산 현장에선 세금, 금융, 주택공급 제도 등을 망라한 패키지형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 당국의 시각은 다른 듯하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거래량이 4월과 5월에 이어 6월에도 늘어났고, 집값도 전국 기준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거래량이 급감하는 ‘거래절벽’이나 추가 주택 정책을 내놓아야 할 위기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견해다. 겉으로 들어난 부동산 지표만 본다면 정부 당국자의 말이 맞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는 급매물 소진과 미분양 주택 세일 등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최근엔 시세나 거래 모두 4ㆍ1대책 이전으로 돌아간 실정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분명 위기다.

그나마 취득세율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소식은 가뭄 뒤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취득세율 인하가 부동산 추가 대책의 종점이어선 안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을 살릴 수 있는 모든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착시현상에 취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calltax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