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전셋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천정부지로 뛰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를 얻기 위해 금융권에 진 빚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또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수도권에만 19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전세 세입자들의 금전적 부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9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세입자들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서 받은 전세자금 대출규모는 최근 2년 새 2.7배 가량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3조원을 돌파해 3조400억원에 달한다. 2년전 잔액인 9100억원 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9200억원에서 1조9600억원, 국민은행은 8400억원에서 1조7700억원, 하나은행은 2200억원에서 5700억원으로 역시 2~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농협은행은 13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외환은행은 3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택매매 가격이 정체되고 전세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자금 대출 수요와 금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가격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집값은 5% 떨어진 반면 전셋값은 19.4%로 폭등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셋값에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경매로 넘길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 태인은 올해 수도권에서 임차인을 낀 주택이 경매에 부쳐진 경우 5명 가운데 4명 꼴로 보중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임차인 미수금’이 발생한 수도권 주택경매 물건은 2010년 5422건에서 지난해 7819건으로 44.2% 증가했고, 올해는 1~5월에만 4043건을 기록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하우스푸어’ 위험이 ‘렌트푸어’에 전가되고 있다”며 “이런 세입자가 수도권에만 약 19만가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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