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아시아 증시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일본ㆍ동남아 증시가 지난 13일 ‘검은 목요일’을 보낸 것과 맞물려 브라질 등 다른 국가들 역시 동조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신흥국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연일 깊어지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증시는 6월 이후 9.6%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증시도 같은 기간 평균 7% 하락했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가 9.1% 빠진 데 이어 태국(-7%), 필리핀(-6.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니케이 지수의 하루 낙폭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난달 23일 하루에만 7.3% 하락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6.4%나 급락하면서 1만5000을 넘던 지수가 지난 4월 일본은행이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완화를 발표하기 이전 수준(1만2362.20)까지 되돌아갔다.

신흥국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당 국가의 부도위험 가능성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ㆍ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에 붙는 가산 금리를 말한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93.43bp(1bp=0.01%포인트)로 한 달 전보다 23.73bp나 올랐고,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64.40bp)를 비롯해 필리핀(29.35bp), 말레이시아(21.30bp), 브라질(52.1bp), 러시아(42.63bp)도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사본1-위기에 빠진 亞 증시, 신흥국 투자 안전할까…당분간 보수적으로

자금도 신흥국에서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EPFR은 지난 주에만 총 65억달러가 신흥국 펀드에서 유출됐다고 추산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2008년 1월 이후 최대인 8억34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이 같은 신흥국의 증시 위기로 해외 주식형 펀드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지난 1개월 동안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브라질 펀드는 9.4%에 달하는 손실이 났다. 연초 이후 상승세였던 일본(-7.33%), 인도(-6.91%), 중국(-5.39%), 동남아(-5.42) 펀드도 급격히 상황이 악화됐다. 반면 북미 펀드는 같은 기간 1.92%의 수익률을 보이며 비교적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면 신흥국이 입는 충격이 선진국보다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변동성이 큰 신흥국의 자금 이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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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보류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부부장은 “신흥국 투자의 경우 아직은 증시 조정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해외투자를 생각한다면 북미 등 선진시장 쪽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부분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이 많은 한국, 브라질, 인도 등은 향후 인플레이션과 정책 대응 수단에 따라 상황이 호전될 여지가 있다”면서 “반면 인도네시아, 남아공, 필리핀 등 외환보유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들은 위기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