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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北 김양건이 南장관을 하대하는 이유는?
그동안 남북 장관급 회담에 나온 북한 대표에는 ‘내각참사’라는 명패가 달렸다. 나름 장관급 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참사’가 북측 대표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참사(參事)라는 관직은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외교가에서 사용하는 참사관은 2급 공무원에 해당하며, 과장 또는 부국장 급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내각참사가 부국장급에 불과하지는 않다. 상시직이 아니라 임시직이다보니 정확히 어느 정도의 급인 지 알 수는 없지만, ‘참(參)’이 들어가는 관직명이 많았던 조선시대를 살피면 이해가 쉽다.

조선에서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당상관(堂上官, 3품 이상 관리) 중 ’참‘이 들어간 관직으로는 정2품인 참찬(參贊), 종2품인 참판(參判), 정3품인 참의(參議), 종3품인 참지(參知)가 있다. 현재 장관에 해당하는 판서(判書)는 정2품이다. ‘참’이 들어간 관직이 장관급 이하인 셈이다. 그럼 북한은 왜 굳이 장관급 회담에 이런 ‘차관급’을 내세울까?

북한은 노동당이 정부를 지배한다. 당 아래에 내각총리가 있고, 당 간부들이 각 부처의 장(長)을 맡는 구조다. 북한에서 볼 때 행정부처의 장은 당내 최고부서인 정치국 위원 아래다. 조선시대로 따지면 행정각부인 6조(曺)를 통괄하는 의정부 역할을 노동당정치국이 한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의정부 역할을 하는 노동당 정치국의 후보위원이다. 통일전선부 수장이니까 통일부장관과 동격이라 여기면 안된다. 통일전선부는 행정부 조직이 아니라 당 조직이다. 당 조직은 각 행정부서의 컨트럴타워 역할을 한다. 당내 각 부서를 통솔하는 정치국 위원은 부서장보다 격이 높다.

북한은 민주정이 아닌 왕정에 가까우니 다시 조선시대를 예로 들어보자. 조선에는 ‘제조(提調)’라는 직책이 있는데, 종1품이나 정ㆍ종2품이 맡았으니 판서보다 윗직급이다. 제조는 당상관 이상의 관원이 없는 관아에 겸직으로 배속되어 각 관아를 통솔했는데,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 당내 각 부서를 맡는 것과 비슷하다. 종합하면 김 부장은 조선시대 제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장관보다 의전서열이 낮지만 북한은 그 반대다.

또 김 부장은 이미 2005년 7월부터 국방위원회 참사를 맡았고, 2007년 5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됐다. 현직이 참사보다는 윗직급임이 분명한 셈이다. 또 이미 1997년에 노동당 국제부장까지 역임했으니, 통일전선부가 다른 당내 부서보다 위상이 더 높음도 알 수 있다.

김 부장의 북한 권력서열은 21위이고,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국가의전서열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북한식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장관보다 높이 둔다면 통일부장관의 의전서열은 40위권으로 추락한다. 북한이 우리 통일부장관을 보는 기준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북한의 인식을 고려하면 김양건의 카운터파트는 안홍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셈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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