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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한 南·달라진 北…15년 주도권 싸움 ‘게임체인지’ 될까
北 의제·장소불문 “대화하자”먼저 요구
우리정부 일관성있는 대북정책에 저자세
中 ‘북핵 부정’도 사면초가 위기감 고조

박근혜정부 외교안보 국민에 높은 지지
국제사회 외면속 경제난 가중도 ‘발등의 불’



10일 새벽에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 접촉은 시작부터 끝까지 과거 남북 대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대화 의제와 장소까지 불문하고 일단 대화부터 하자는 북한의 달라진 태도, 중국의 유례없는 ‘북핵 불용’ 언급, 대화를 위한 대화 자체에 부정적인 우리 측 여론까지 2년4개월 전의 마지막 남북 대화 당시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김대중ㆍ노무현정권의 햇볕 정책, 이명박정권의 비핵화 원칙에 따를 봉쇄 정책까지 최근 15년 동안의 남북관계 패러다임이 크게 흔들려, ‘아쉬운 북한-주도권 쥔 한국’의 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중국도 등 돌린 北 사면초가=북한의 대화 제의, 그리고 이날 열린 남북 실무 접촉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의 등장 직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북한은 유엔의 파격적인 새 제재안,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꿋꿋하게 ‘자주의 총검, 정의의 총검’이라며 핵과 미사일을 고수했다. 최근 개성공단의 일방적인 폐쇄 역시 이 같은 자존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보여준 유례없는 강경한 태도는 북한의 자존심을 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통적인 우방의 만류에도,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북한과 김정은에게 중국의 새 지도부는 ‘대북 문제 대미 공조’라는 카드로 분노를 전달했다. 대북 경제 원조 중단 또는 축소, 중국 내 북한 계좌 동결, 그리고 모처럼 중국을 찾은 북한 특사에 대한 냉대는 북한 지도부에게 달라진 국제 환경을 몸소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북한 특유의 외교 전술인 ‘도발과 냉전, 그리고 대화를 통한 대가 수령’이라는 공식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는 6자회담이 열린다 해도, 과거와 달리 북한은 혼자서 5명과 싸워야 할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북한의 현실을 비유했다.

▶달라진 대남 환경=남한의 달라진 정치ㆍ사회 환경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햇볕 정책이라 불렸던 과거 10년의 대북 유화책, 그럼에도 천안함ㆍ연평도 포격이라는 도발을 겪으며 유례없이 강해진 우리 국민의 대북 견제심리가 맞물려 과거와 같은 북한의 도발과 경제 지원이라는 반복된 도식을 더는 용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달라진 우리의 시각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정도가 대북 정책에 대해 ‘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화의 문은 열어놓지만, 도발과 핵무장은 결코 용납 못 한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상당수 국민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의미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6ㆍ15 기념행사 공동 개최에 대해 거절하면서도, 장관급회담 성사의 결실을 이끌어낸 것도 이 같은 여론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또 대화파트너로 과거와 달리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고집하는 등 원칙을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난에 벼랑 끝 몰린 북한=김정은이라는 새로운 정치 체제가 등장했지만, 경제난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핵과 미사일 도발 이후 중단된 개성공단 협력 사업, 그리고 중국의 북한 계좌 동결은 달러에 목마른 북한 지도층의 숨통을 더욱 거세게 조였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시작된 협동농장과 공장ㆍ기업소의 자율권 확대, 원산 경제특구 조성 등의 내부 노력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냉소 앞에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최근 개성공단의 중단은 북한을 향한 외국 투자자들의 의구심과 불안감만 크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결국 돈줄이 마른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로 경제적 숨통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경제 정책 성공에 유리한 외부적 여건을 만들려는 복합된 목적 아래 이번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새로운 경제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경제특구 개발을 시작했는데 대북 제재가 이어지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경제특구 개발이 어려운 만큼 남북 대화에 나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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