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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포근하면 진보, 쌀쌀하면 보수?…한국엔 ‘리퍼블리칸 블루’〈Republican Blue〉는 없다
날씨따라 마음 졸이는 정치
美선 맑은날 공화당 승리빈도 높아
투표일 기온도 투표율에 영향

한국은 선거 분위기·관심도가 좌우
최근엔 투표소 근거리에 위치
날씨-투표율 뚜렷한 상관관계 없어

폭설·폭우 등 돌발변수에 대비
공직선거법엔 선거일 연기 규정도




미국에서는 쾌청한 날씨를 ‘리퍼블리칸 블루(Republican Blue)’라고 한다. 투표일 날씨가 맑고 좋으면 공화당이 승리하는 빈도가 높아 생겨난 말이다. ‘데모크라틱 그레이(Democratic Gray)’라는 말은 없지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투표일 날씨는 상대적으로 춥고 을씨년스러운 사례가 많았다. 또 기온이 평년보다 5도 이상 낮아지면 투표율도 대체로 5%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날씨와 투표율의 상관관계에 대한 여러 통계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관관계가 입증된 적 없다. 특히 대선처럼 중요한 선거의 경우 날씨가 아무리 궂어도 쉽게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집계된다. 날씨보다는 선거를 둘러싼 분위기, 즉 바람과 유권자의 관심도가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날씨와 선거의 관계는 공식화하기 어렵지만, 최근 6차례의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선거일이 추웠던 경우엔 보수, 따뜻했던 경우엔 진보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미국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2007년)와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1992년),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1987년)가 당선된 날 서울의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은 각각 -3.0~5.0도, -4.2~4.0도, -4.5~4.4도였다. 반면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2002년)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1997년) 당선 시 서울 기온은 각각 -0.4~7.7도, 5.4~9.2도로 상대적으로 포근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이 공식이 적용됐다. 최저 기온 -10.0도의 강추위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서 혹한이 보수진영에 유리하다는 그동안의 가설에 힘을 실었다.

이쯤되면 한국에서는 보수층의 결집력이 진보층보다 훨씬 강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여섯 번의 대선 통계만으론 날씨가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결론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단순히 날씨가 춥다는 것만으로는 투표율에 큰 영향을 미치긴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에선 날씨가 추워지면 적극 투표층 비율이 낮은 젊은층이 투표장에 나가길 꺼린다는 설도 있다. 반대로 건강에 민감한 60세 이상 층의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지난 18대 대선에선 적용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측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는 날씨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으며 날씨에 대한 영향보다는 선거에 대한 관심과 선거 분위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선의 경우는 지방선거와 달리 기상 재난이 아닌 이상 날씨가 투표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과거엔 투표소와 주거지 간 거리 때문에 날씨가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지만, 최근에는 투표소가 근거리에 있어 날씨 변수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폭설이나 폭우로 선거 당일 유권자의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이 같은 돌발변수에 대비해 공직선거법 196조 1항에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천재지변이라면 대통령의 판단 아래 선거일을 연기, 투표율 하락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이라는 모호한 규정을 대통령이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다. 폭설과 폭우가 일부 지역의 투표율 하락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이 규정은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이 역대 선거일에 한 번도 적용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천재지변으로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투표구가 있다면, 재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공직선거법 198조 1항은 ‘어느 투표구의 투표를 실시하지 못하거나 투표함 분실 등의 사유가 발생한 때는 관할 선관위가 재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8조 2항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면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당선인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해 1항과 2항이 충돌할 수 있어 재투표 적용 또한 쉽지 않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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