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가 없는 5월, 정치권에 ‘위트’ 넘치는 말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재치멘트를 자주 날리는 의원은 점잖은 외모와는 달리, 판사출신인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다. 그는 지난 20일 열린 당 최고위 회의에서 “더이상 을이 죽는 형태와 같은 ‘을사(乙死) 조약’이 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관통하는 단어인 ‘갑을’ 사회 문제를 역사적 사실인 ‘을사(乙巳)’년에 맺어진 한국과 일본 사이의 조약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 16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도 “정책 체감도는 3차원(3D)급으로, 입법 속도는 LTE(4G)급으로 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끈 바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위트 대열에 동참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오찬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삼라만상을 경제민주화에 포함시킨다”며 야당의 과잉 경제민주화 입법 의지를 경계했다. ‘갑을문제’까지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 대상으로 끌어들인 민주당의 최근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어렵고 난해한 내용을 단순명료하게 꿰뚫는 단 한마디의 말에 국민들은 감동한다”며 “유신시절 ‘호헌철폐 독재타도’란 구호보다, ‘밥좀먹자 잠좀자자’는 2008년 촛불집회 구호가 훨씬 피부로 와닿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이 국회 ‘촌철(寸鐵)문화’에 앞장서고 있지만 민주당 역시 화력에 있어선 만만찮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박근혜표 벽돌공장’이란 조어로 새누리당의 ‘사당화’를 지적했고,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은 “진짜 비대위원은 몸이 비대(肥大)한 나”라는 농담으로 회의장 분위기를 웃음으로 채웠다. 정홍원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네네총리’란 단어로 정 총리의 고분고분한 태도에 일격을 가한 바 있다.
홍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