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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 토크> “결혼도 미뤘다…올해의 선수로 해피엔딩”
가족들과 라운딩…‘골프퀸’ 박인비의 특별한 휴식
“이제 겨우 목표의 70% 도달
루이스 7승한다면 난, 8승”
한국인 첫 올해의 선수 야심

약혼자 남기협코치 스윙조련
“완벽한 스윙” 칭찬 듣고 싶어



한 걸음 떼기가 무섭게 팬들이 몰려와 사인을 요구하고 사진을 찍자고 했다. “박 프로, 최고예요!” 응원 소리도 들린다. 이런 모습을 할아버지 박병준(81) 씨, 아버지 박건규(52) 씨, 어머니 김성자(51) 씨가 먼발치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박인비(25·KB금융)가 지난주 말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1년 만에 가족들과 라운딩을 가졌다. “3대가 함께 골프를 치는 게 소원”이었던 할아버지는 손녀딸이 전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선수로 성장해 함께 18홀을 돈 오늘이 가장 큰 선물이다. 박인비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할아버지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3승을 올리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골프퀸’ 박인비를 경기도 수원CC에서 만났다. 물론 옆에는 든든한 약혼자 남기협(32) 코치가 있었다.

▶이제 60~70% 이뤘을 뿐= “어제 최경주 프로님이랑 처음으로 통화했어요.” 조곤조곤 얘기하던 그의 목소리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박인비는 지난 10일 귀국 인터뷰에서 최경주(43·SK텔레콤)의 자서전을 읽고 우승했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오래오래 잘하라고 하셨어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모습이 참 존경스러워요.” 올해는 박인비에게 좋은 일만 생긴다. 벌써 3승을 이뤘고 생애 첫 세계 1위에도 올랐다. 고대하던 메인스폰서도 생겼다. 모 선수는 메인스폰서는 ‘양날의 검’이라고 했다. 든든하긴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에게 오랜만에 스폰서가 새겨진 모자를 쓰니 좀 무겁지 않냐 물었더니 “무겁긴요, 날개로 만들어야죠”라며 웃는다. “이제 목표치의 60~70% 정도 도달한 느낌이에요. 골프는 해도 해도 할 게 계속 나와요. 샷, 퍼트, 멘탈. 모든 게 다 부족한데 앞으로 조금씩 채워나갈 거예요.”

▶독특한 스윙? 경제적 스윙!=지난해 여름부터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린 가장 큰 이유는 샷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퍼팅이야 ‘컴퓨터’ 소리를 들을 만큼 워낙 뛰어났지만 샷이 늘 2%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남기협 코치와 만든 지금의 독특한 스윙으로 비거리와 정확도를 높였다. 박인비의 스윙은 일단 속도가 느리고 백스윙 때 코킹을 하지 않는다. 임팩트 때 이미 머리가 타깃을 향한다. 교과서 스윙은 아니다. 하지만 박인비에겐 맞춤옷처럼 꼭 맞는다. 힘들이지 않고 툭툭 치는데도 멀리, 정확하게 날아간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창조’적이고 ‘경제’적인 스윙인 셈이다. 박인비는 “(코치인) 남자 친구에게 ‘스윙이 완벽하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 좋다는 얘기는 가끔 하는데 완벽하다고는 한 번도 안했다”고 했다. 남 코치는 “나비스코 때는 정말 100점짜리 스윙이었다. 그런데 늘 그렇게 좋을 순 없다”며 “스윙을 크게 고친 건 없었다. 팔을 지나치게 많이 써서 몸과 팔의 밸런스가 안 맞았던 걸 바로잡고 궤도만 조금 수정했다. 워낙 잘 타고났다. 리듬감도 좋고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중 무표정한 얼굴과 무서운 뒷심으로 미국 언론으로부터 ‘조용한 암살자’라는 수식어를 얻은 박인비는 유독 이 별명을 좋아한다. 그는 “그만큼 경기 중 카리스마가 있다는 얘기잖아요. 하지만 골프장 밖에선 저도 그냥 평범한 여자예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수원=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루이스가 7승 하면 난 8승=우승을 많이 하니 얼굴도 예뻐 보인다. 이 말에 남 코치는 “원래 예뻤다”며 배시시 웃는다. 어머니는 “최나연 오지영 김송희 김인경 등 동갑 친구들에게 그동안 얻어먹기만 했는데 이제 좀 우리가 밥을 사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3년 넘게 긴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는 요즘 가족들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막상 박인비는 덤덤하다. “세계 1위라고 특별한 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는 그는 “물론 부담도 된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경기라도 5시간 안에는 다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요즘엔 TV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와 종영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 보는 낙으로 스트레스를 푼단다. 올시즌 목표는 한국 선수가 아무도 이루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 수상. 목표 승수를 묻자 눈빛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세계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7승 하면 저는 8승 해야죠. 작년에 못 이룬 걸 꼭 해내고 싶어요. 그것 때문에 결혼도 미뤘는걸요.”

수원=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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