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를 탄 실세 친박 최경환 원내대표와 범 친박계 황우여 당 대표가 출항전부터 당내 인사를 두고 한바탕 신경전을 펼쳤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드러난 ‘친박과 비박’이라는 당 내 갈등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런 지도부 갈등이 그동안 뒷짐지고 있던 ‘무대’ 김무성 의원의 몸값만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 주요 당직 인사를 확정 발표했다. 당초 원내대표 경선 직후로 예정됐던 것보다 나흘 늦게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당 내에서는 황 대표와 최 원내대표 간 이견이 인사 지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황 대표가 일찌감치 확정 지은 사무총장-대변인 인선에 최 원내대표가 다른 사람을 추천하면서 조율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대표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세 친박의 앞날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낙승이라던 당 안팎의 예상을 뒤집고, 8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던 지난 15일 원내대표 경선은 밝지못한 친박계 앞날의 단적인 예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힘모으기가 필요하다는 친박계의 의중과 달리, 당 내 비박계 의원들은 균형과 견제를 선택했다.
비박계 인사로 알려진 조해진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는 점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 결과”라면서도 “그러나 돕는 방법이 잘 할 때는 지원을 하지만, 잘 못할 때는 견제도 해야 한다는 것이 반영되 최 의원의 표가 생각보다 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 내 인사는 “친박계가 앞장서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그 세는 과거 5년 전 친이계만큼은 아니라는 점이 숫자로 나타난 셈”이라며 “친박계가 향후 자신들의 독주가 아닌 비박계를 끌어안고 함께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거진 첫 당직 인사 마찰은 그동안 ‘중립’을 유지하며 당권과 거리를 뒀던 김무성 의원의 전면 복귀 시점만 제촉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경환 신임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친박계가 부산ㆍ경남ㆍ수도권 등의 비박계 의원들 끌어 안지 못한다면, 당 내 민심이 김 의원에게 쏠릴 것이라는 의미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10월 재보선 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내 한 관계자는 “현 지도부가 이번 인사에서 보여준 친박과 비박의 갈등을 반복한다면, 선거 승리와 생존을 위해서라도 친박-비박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에게 힘이 쏠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