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친노-비노-안철수’ 등 야권의 3각 축이 지난 주말 사이에 ‘대회전’을 치렀다. 안철수 의원은 ‘광주 열매 따먹기’라며 민주당을 노골적으로 공격했고, ‘노무현 추모식’에 참석했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친노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일찍 자리를 떠야 했다. 안 의원은 ‘노무현 추모식’에 참석치 않으며 ‘독자 세력화’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19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주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 시장 등 차기 범야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안 의원은 이날 서울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존 정치권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안 의원측은 “이미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추모제에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18일 광주 방문 때도 ‘새정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광주지역의 안철수 지지모임 ‘호남포럼’에 참석,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한 기득권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여야 모두가 기득권에 물들어 열매와 과실을 향유하는 데만 열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월18일’이라는 상징적인 날에,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에서 민주당을 비난 한 것이다.
안 의원의 이같은 도발적인 행보에 ‘비노계’ 좌장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대표는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이 끝난 뒤 안 의원과의 향후 관계를 묻는 질문에 ‘여기까지 하자’고만 답했다. 그동안 안 의원에 대한 김 대표의 입장은 ‘경쟁하는 동지적 관계’였지만, 유독 이날은 즉답을 안한 것이다. 안 의원과 김 대표는 5ㆍ18 기념식에서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같은 기류라면 민주당과 안 의원은 10월 재보선에서 호남 지역을 두고 치열한 ‘전투’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광주는 전국에서 안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가장 높은 곳이다. 민주당의 ‘경계심’ 역시 광주에서의 이같은 높은 지지세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난 16일 선제적으로 ‘광주선언’을 꺼내든 것 역시 안 의원에 대한 견제 차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무현 추모식에 참석했던 김 대표가 “꺼져라. 김한길이 왜 여기 있냐”는 항의를 받고 10분만에 자리를 뜬 사건은 ’ 비노 - 친노간 세력균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노계 한 의원은 “정치인에게 경력은 그 사람의 전부다. 노무현을 반대해 탈당했던 인사가 노무현 추모식에 참석한 기현상에 대한 민심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내 ‘비노’ 인사들을 이끌고 집단탈당한 바 있다.
총선-대선 패배 책임론에 밀려 당권을 놓친 ‘친노’, 민주당내 세력을 새로 잡은 비노, ‘새정치’를 앞세운 안 의원의 주도권 다툼은 10월 재보선에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