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그리고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철강자립’이 일관제철소 건설로 이뤄졌다면, 신차와 첨단 소재의 동시 개발이라는 ‘철강혁신’이 이번 신규 투자로 확실하게 다져지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29일 자동차 핵심부품인 엔진 및 변속기의 필수 소재인 차세대 특수강과 고품질 철 분말 선행개발ㆍ생산을 위해 충남 당진에 특수강 공장과 철 분말 공장을 각각 신설한다고 밝혔다. 총 1조12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연 100만 톤 규모의 특수강과 연 2만5000 톤의 철 분말이 생산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1월 5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1기 화입식에서 제1고로에 첫 불씨를 점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소재에 맞춰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개발 초기 단계에서 부터 경량화와 고강도를 고려한 첨단 철강소재가 함께 개발될 수 있는 길이 더욱 확대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신차개발 단계부터 현대ㆍ기아차-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공동으로 미래 자동차 특성에 특화된 맞춤형 및 차세대 강판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고로 1, 2기가 본격 가동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만에 자동차용 강판 강종의 99%인 81개 강종을 최단기간에 개발해 냈다. 안정적인 철강 수급과 차량 맞춤형 소재 개발을 위한 자동차 업체와 소재 업체간 협력은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유럽에서는 2005년부터 폭스바겐, 볼보, 피아트 등 6개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철강-소재업체 10곳-대학ㆍ연구소 22곳 등 총 38개 기관이 협력하는 ‘슈퍼라이트-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완성차 ‘빅3’가 AK스틸, 아르셀로미탈, 티센크룹 등 6개 철강업체와 협력하는 ‘오토-스틸 파트너십’이 추진돼 왔다. 개별 업체별로도 폭스바겐이 아르셀로미탈과 ‘S-in-Motion’ 컨셉트카 제작을 계기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티센크룹과 기술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번 현대차그룹의 신규 투자는 차량 및 소재 경쟁력 강화 이외에도 박근혜 정부의 고용확대와 기업 투자 독려에 대한 기업의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의미도 있다. 두 곳의 신규 공장 투자에 따른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6조 1000억 원, 고용 창출 효과도 2만 2000명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측은 “특수강은 국내 수요의 30% 가량인 231만 톤을, 철 분말은 국내 수요 7만 톤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무역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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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당진제철소 내 현대하이스코 제2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1, 2기에 이어 고로 3기(사진 오른쪽)도 올 하반기 완공 및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