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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486’…
민주화 전위부대·개혁의 중추로 불리던 그들은 왜 몰락했나
노무현정부 만들고 핵심적 위치 올랐지만
국민 기대 부응한 국가 경영능력 부족
이데올로기 대신 철저한 자기반성 통해
실용주의 시대에 맞는 대안 제시해야




“한때는 개혁의 상징이었고 서민 복지를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정치를 수행했던 분들이 어찌됐든 오늘의 현실에 놓고 보면 원래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했다. 또 원래의 사명감을 성취하지 못한 것으로 사람들에 의해서 평가를 받고 이미지가 하락됐다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다.”

지난 9일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패배 보고회’. 발표를 맡은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밝힌 아쉬움이다. 우리 사회 개혁 세력의 중심 역할을 자임했던 486 정치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한 위원장은 486 정치인에 대해 정치와 사회운동을 혼동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실증적인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올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486 정치인을 개혁의 중심 세력으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은 12.2%, 486 대학 세대는 9.9%만이 동의했다. 2005년 비슷한 조사에서 일반 국민은 56.5%, 486 대학 세대는 60.5%가 동의했었다. 또 ‘486 정치인이 민주주의의 활력소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은 19%(2005년 55.2%), 486세대는 23.6%(2005년 55.8%)였다. 한 위원장은 “2013년 오늘의 시점에서 놓고 보면 10%도 안 되는 지지율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포진한 486 정치인, 그리고 그들의 정치문화에 대한 재조명과 반성이 일고 있다. 요약하면 “진정성은 사라졌고, 권력에 심취한 기득권의 일부로 간주됐다”는 게 486 정치인에 대한 평가다.


한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던 486 정치인의 몰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성숙’을 그 이유로 꼽았다. 장의관 경기대 교수는 “국민의 기대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또 준비되지 않았던 모습들이 비판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정권을 만들었고, 또 정부와 국회에서 때로는 여당으로, 때로는 야당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위치에 올랐지만 막상 보여준 것은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했던 486 정치인들의 폐쇄성을 문제로 꼽았다. 국가 경영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중심 세력이 됐고, 또 국민적 주목의 대상이 됐으면서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심리도 높아졌다”며 “그러나 나라의 중심을 이끌 경영에 대한 청사진 제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시절의 향수와 자부심에 지나치게 도취된 나머지, 흘러간 세월을 따라잡는 데에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런 분석은 486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포진된 민주당 자체 분석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개혁의 중추 세력’ ‘민주주의의 활력소’라는 이미지가 무너진 상태.

민주당 대선 보고서는 486 정치인들과 동년배인 50대 초ㆍ중반 유권자들이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이들에게 등을 돌린 것과 관련해 “이들을 대변해야 할 486 정치인들이 50대의 경제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할 정책 공약에서 오히려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자기 개혁이란 흐름을 따라야지 않겠는가. 민주화 운동 이후 상황이 달라졌으면 스스로 변화해야 국민 호응도 가능한 것”이라는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분석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런 비판, 그리고 자기반성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486 정치인에 대한 비판론이 처음으로 쏟아진 건 5년 전 대선을 전후해서다. 그들이 만들었고, 또 그들이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정권을 내놔야만 했을 때다.

당시 486 정치인들의 자기반성의 맥락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486 대표로 나섰던 김민석 후보는 동료 정치인들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초기 개혁적 의지와 달리, 아무런 새로운 정책적 기여를 한 것이 없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생산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성문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최 소장은 “결국 철저하게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자부심을 이제는 뒤로 접어야 한다”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실용주의 시대에 맞는 대안 제시에 철저히 역점을 둘 것”을 당부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는 철저하지 못했고 치열하지 못했다”고 참회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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