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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양대근> 정부 잇단 규제에…증권가는‘살얼음’
“가뜩이나 어려운데 또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습니다.”

4일 한 증권계 종사자의 하소연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 움직임에 여의도는 연일 찬바람만 불고 있다. 봄은 왔지만 봄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전날 정부가 선물 및 옵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의도 증권가는 곧바로 분노와 우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특히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연이은 규제로 이미 반토막이 난 파생시장의 추가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호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세율은 국내 파생상품 거래 마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거래 자체가 급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파생거래가 위축되면 현물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에 대한 불만도 가감없이 쏟아져 나왔다. 파생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세수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만이나 스웨덴 사례만 봐도 거래 위축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정부가 차라리 돈이 필요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다.

지금 증권가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로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고 주식시장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수익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긴축경영과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증권업계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도 인센티브와 연봉 감축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각종 규제로 증권가를 압박해 왔다. 거래 수수료 인하를 비롯해 자기자본의 40% 한도 내에서 허용됐던 신용융자 규모를 제한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연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2012년 국가경쟁력 조사(총 144개국)에서 한국은 금융시장 성숙도와 자율성에서 각각 71위와 14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14위)에 비하면 초라한 순위다. 더 이상 증권가의 하소연을 그냥 흘려듣고 말 문제는 아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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