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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동부의 유리온실 논란이 씁쓸한 이유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동부그룹이 26일 오후 그동안 추진해온 ‘아시아 최대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10ha가 넘는 첨단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생산해 수출하겠다던 야심찬 프로젝트다. 전국의 토마토 농가와 농민단체가 “대기업이 토마토 농사까지 지으려한다”는 ‘동네 빵집론’과 동부팜한농의 비료·농약 등에 대한 불매 운동 카드를 들고 나오자, 속수무책으로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동부그룹은 토마토를 공동 생산하는 상생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화난 농심을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앞에서는 한중일FTA중단농축산비대위 농민대표자들이 FTA 중단을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민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전에는 한중일 FTA 협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집회였다.

한날 한시에 벌어진 두가지 사건을 보면서 우리 농업이 처한 암담한 현실에 한숨이 나온다.

해외 농산물에 맞설 수 있는 체질 개선 대책을 요구하면서도, 어떠한 변화나 희생도 감내하기 힘들다는 농민들의 입장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대기업의 ‘유리온실’은 걷어내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우리 농업 전체에 어떤한 외풍에도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유리온실’을 쳐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동부에게도 아쉬운 점은 많다. 생산한 토마토를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생산량 세계 제 1위, 11위의 토마토 수출국가다. 그렇다 보니 결국 우리시장에 밀려들어올 것이라는 농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면 모든 면에서 더 깔끔하고 비범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농업은 갈수록 ‘어려운’ 산업이 되고 있다. 첨단 바이오 과학과 인력, 거대자본 등이 그야말로 국력이 집결되는 최첨단 산업으로 변신중이다. 거대 농업회사들을 내세운 각국간 경쟁과 견재도 치열하다. 이명박 정부시절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던 곡물유통회사 프로젝트가 미국 유럽의 메이저 곡물회사들의 견재에 말려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할 정도다.

곡물자급률은 20%대, 식량자급률은 44%에 불과한 대한민국에서 ‘농업 경쟁력’은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할 부분 중에 하나다.어떤 형태로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와 대기업, 농가, 소비자 간에 농업과 서로를 바라보는 간극은 크다. 이번 유리온실 사태는 그래서 유독 쓰게 느껴진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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