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프리즘 - 양춘병> 국민행복기금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채무불이행자들의 도덕적 해이 우려를 불식 시키려면 최선을 다한 설계도가 부실시공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정부는 첫 삽을 뜰 때부터 ‘깐깐하고, 엄정한’ 정책 집행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 1호인 ‘국민행복기금’이 29일 출범한다. 채무불이행자(2월 기준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 연체자) 33만명의 빚 2조2000억원을 탕감해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초강력 가계부채 대책이다. 정부는 행복기금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수차례 보완작업을 벌였다.

언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채무조정자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대책을 포함시켰고,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단기연체자와 고액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해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감면율을 한시적으로 확대 추진키로 했다. 또 연체는 없지만 고금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저금리대출 전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폭발성과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희망의 사다리’ 복원사업인 셈이다.

정책 주무기관인 금융위원회는 “행복기금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부채 증가→구매력 감소→경기 둔화→부채의 질 악화’라는 악순환 고리를 단절해 채무자와 채권 금융회사, 국가경제 모두가 윈윈의 결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선의와는 달리 벌써부터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한 지인은 “채무ㆍ채권 당사자가 아닌 정부가 직접 채무조정에 나설 경우 자활보다는 수혜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채무조정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거나 은닉재산이 발견될 때는 채무조정과 채무감면 혜택이 무효화된다고 강조하지만, 수십만명의 은닉재산을 일일이 확인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채무자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리가 만연할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0만명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300만명을 허탈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임기응변식 성과주의에 매몰될 경우 불성실한 연체자와 성실한 상환자 간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선택은 한 가지다. 최선을 다한 설계도가 부실시공이 되지 않도록 첫 삽을 뜰 때부터 ‘깐깐하고, 엄정한’ 정책 집행에 나서야 한다.

우선 채무조정 과정에서 연령과 연체기간, 소득 등 계량화된 수치뿐 아니라 채무자의 자활과 채무상환 의지 등을 종합심사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산관리공사와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의 실무 인원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행복기금이 진정한 서민금융정책 1호가 되기 위해서는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성실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간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껍게’라는 구호아래 전방위적인 친서민의 길을 걸어왔지만,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혼선과 부실로 서민 경기는 더 추워졌고, 중산층의 두께는 한층 얇아졌다. 행복기금이 같은 전철을 되밟지 않기를 바란다.
 

y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