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탈루·국외 수십억 비자금 계좌 등 잇단 의혹…또 구멍뚫린 인사검증시스템 논란 확산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25일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새 정부 출범 들어 중도 사퇴한 장ㆍ차관급 인사만 6명이 됐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이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향배에도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도 클 전망이다. 한 내정자는 이날 오전 사퇴의 변을 통해 “저의 공정거래위원장직 수행의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돼 국회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채 장시간이 경과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지위를 사퇴하고 본업인 학교로 돌아가 학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내정자의 전격사퇴는 국외에서 수년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탈세를 해왔다는 의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민정라인도 지난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관련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한만수 후보자가 해외에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관련세금을 탈루해온 혐의가 짙다”며 “한 후보자가 2011년 국세청의 해외자산 자진신고제도 도입을 계기로 해외 비자금 계좌를 뒤늦게 신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에 한 후보자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여부, 계좌규모, 계좌 개설 시점 및 개설 국가 등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했다”며 한 내정자의 해외 비자금 운용 의혹을 제기했다.
한 내정자는 이외에도 상습 세금 탈루 의혹과 함께 김앤장과 율촌 등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경력으로 인해 공정위원장에 적임자인지를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지명 철회 쪽으로 판단을 굳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한 내정자의 전격사퇴는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 내에서도 ‘한 내정자로부터 뭔가가 더 터져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사실 확인이 된 이후에는 사퇴시켜야겠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석희ㆍ손미정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