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CEO 칼럼 - 김용환> 파나마에서 꿈꾼 조선강국 코리아
아메리카 대륙의 허리를 관통하는 파나마 운하. 무려 64km에 달하는 긴 물줄기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로지른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 마젤란 해협까지 돌던 뱃길을 단축시키고자 만들었다고 한다. 애초 1880년대 프랑스가 운하 건설에 도전했다가 질병과 자금난에 막혀 중단됐던 걸 미국이 바통을 이어받아 1914년 기어이 완공해냈다.

마침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가 지난주 파나마에서 열렸던 터라 귀국길에 잠시 이 운하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세계 엔지니어링 역사상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운하 소개 책자에 나온 말마따나 토목기술이 지금보다 발달하지 않은 100여년 전에 이 거대한 인공수로를 만들었을 생각을 하니 절로 감탄이 터져나왔다.

때마침 필자의 눈앞을 통과하던 상선 위엔 우리 기업 마크가 선명히 새겨진 컨테이너가 잔뜩 실려 있었다. “나라 밖에선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반갑기도 하고, 괜한 자긍심까지 생겨났다. ‘수출 대한민국’에 일조하는 수출전담 정책금융기관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필자이기에 더욱 그랬을 게다.

개통 100주년을 앞두고 지금 파나마 운하는 제2의 웅비를 꿈꾸고 있다. 폭 55m, 수심은 28.3m로 대폭 늘리는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부턴 최대 1만3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의 초대형 선박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은 폭이 좁아 6만~10만t 규모의 벌크선이나 최대 5000TEU급 컨테이너선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파나마 운하 확장은 최근 수주량 급감으로 시름에 젖은 우리 조선ㆍ해운사 입장에선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는 초대형 선박들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게 되면 운항기간이 기존 41일에서 25일로 확 줄어든다. 이 때문에 ‘파나마 운하 특수’, 즉 세계 각국의 선주사들이 운하 확장에 맞춰 대형 선박을 많이 발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적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발주가 올해 급증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 멕시코만이나 카리브해에서 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으로 오는 대부분의 LNG선들이 운송비용을 절약하고자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LNG선 시장의 80% 정도를 국내 조선사 ‘빅4’가 차지하고 있다. 해운사들의 노후선박 교체와 고효율 연비의 그린십 선호 현상도 올해 발주량 증가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해운시장에 불황이란 거대한 파고가 밀려오면서 국내 조선ㆍ해운사들 사정이 아직도 녹록지 않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심술이 이제 그칠 때도 됐건만, ‘조선강국 코리아’의 순조로운 항해에 그동안 시샘이 많이 났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보름 전 그리스 테나마리스 사에 수출입은행이 선뜻 선박구매자금을 제공한 걸 그쪽 출신(?) 포세이돈은 알고나 있을는지.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